제주 초등학교 4곳 중 1곳에 보건교사가 배치돼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면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에 나선 지역 교육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설상가상 전국적인 수급난으로 학교에 계속 추가 배치돼야 할 마스크 확보까지 어려워지면서 제주도교육청이 예비비 17억원을 투입하는 등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26일 도교육청에 따르면 현재 도내 초·중·고등학교 191곳 가운데 보건교사가 배치돼 있지 않은 학교 수는 전체의 23.0% 수준인 44곳이다. 대부분 읍·면지역 소규모 학교들이다.

학교보건법상 모든 학교에는 보건교육과 학생들의 건강관리를 담당하는 보건교사가 배치돼야 함에도 불구하고 인력난으로 인해 제주에서는 도내 초·중·고 147곳에만 보건교사가 각 1명씩 배치돼 있는 실정인 것이다.

다행히 학급 수 30학급 이상의 대규모 학교 12곳에는 이미 보조인력이 각 1명씩 추가 배치돼 있기는 하지만, 그동안 보건교사가 없어 일반 교사들에게 보건업무를 맡겨 왔던 읍·면 소규모 학교 대부분은 현재 말 그대로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이다.

코로나19 위기경보가 '심각' 단계로 격상되면서 학생·교직원 대상의 코로나19 관련 실시간 모니터링과 보건실·일시적 격리실 운영, 응급상황 대응 등의 업무를 총괄하는 컨트롤타워격의 보건교사의 필요성이 커진 탓이다.

이에 도교육청은 해당 학교에 한해 보건교사 1명이 주변지역 학교 2~3곳까지 순회 근무하도록 했다. 일정 규모 이하의 학교에 순회 보건교사를 둘 수 있도록 한 학교보건법 시행령에 따른 조치다.

앞서 교육부가 보건교사가 없는 학교에 보건인턴교사나 간호사 등을 배치하겠다는 방침을 밝히기는 했지만 만성적으로 보건인력이 부족한 지역 여건상 추가 인력 확보는 사실상 어렵다는 게 도교육청의 설명이다.

업무가중이 불가피한 현 상황에 가장 난감한 것은 보건교사들이다. 도내 한 보건교사는 "업무 강도가 아니라 업무 공백의 문제"라며 "실시간으로 감염병을 대응해야 하는 상황이 올 텐데 개학 전까지 최대한 인력이 보충되기를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다른 지역과 마찬가지로 학내 마스크 확보에도 다소 어려움이 있는 상황이다.

재사용할 수 있는 N95 마크스 교실당 5개·보건실당 20개, 1회용 마스크 교실당 20개·보건실당 학생 수 30% 등의 학교별 방역물품 권장 일일 기준만 놓고 보면 당장 큰 문제는 없다.

관건은 이 물량을 개학 이후에도 계속 유지할 수 있느냐다.

도교육청은 우선 17억3800여만 원을 긴급 투입해 3일 분량의 KF94 마크스 5만5758개와 KF80 마스크 29만6340개, 일회용 마스크 20만4560개를 확보·비축하기로 했다.

다행히 정부 방침으로 앞으로 공적 판매처를 통해 마스크가 대량 풀릴 것으로 예상되면서 일단은 한숨 돌린 모양새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여건이 좋지는 않지만 보건교사에 준하는 인력들을 확보하는 방안도 함께 모색하고 있다"며 "마스크와 손소독제, 체온계 등의 방역물품 역시 학교에 충분히 비치되고 수시로 보충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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