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입 통제 안내문 : 코로나19 방역 관계로 인해 출입을 통제합니다'

27일 오전 찾은 제주시 해안동의 한 호텔은 적막감 그 자체였다. 연말연시 중국인 관광객들로 문전성시를 이뤘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진 모습이었다.

정문엔 검고 붉은 글씨로 출입 통제를 알리는 A4 크기의 한글·한자 안내문만 덩그러니 붙어 있었고, 회색 방역복을 갖춰 입은 이들만 드나들 뿐이었다.

이는 이 호텔 전체가 '중국인 유학생 합동 임시생활시설'로 지정됐기 때문이다.

이날을 기점으로 중국에서 제주로 온 중국인 유학생들은 제주국제공항에서 별도 차량을 통해 이 호텔에 도착한 뒤 즉시 1인실로 향해 2주(코로나19 잠복기) 간의 자가격리에 들어가게 된다.

현재 196개의 객실과 최소한의 인원으로 꾸려진 호텔 직원팀, 도시락과 각종 생필품들은 방역·소독 등의 만반의 준비를 마치고 400명에 가까운 중국인 유학생들을 기다리고 있는 상태다.

최근 중국을 방문한 제주 중국인 유학생 644명 가운데 26일까지 제주에 온 중국인 유학생 수는 전체의 39.9%인 251명에 불과하고, 앞으로 차차 나머지 393명의 중국인 유학생이 추가로 도내 4개 대학에 각각 복귀해야 하는 상황인 탓이다.

이 같은 지원이 가능했던 건 신라면세점 제주점과 제주 중국인 인바운드(외국인의 한국 여행) 여행사인 뉴화청국제여행사의 의기투합 덕분이다.
 

제주도에 따르면 신라면세점 제주점은 일찍이 지난 19일 제주도와 제주대에 각각 후원 의사를 밝혔었다. 코로나19로 인해 어려운 상황에 처한 제주에 어떤 방식으로든 도움이 되고 싶다는 취지였다.

당시는 도와 제주한라대, 제주관광대가 중국인 유학생 격리 시설을 미처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던 때였다. 대학 내 기숙사는 물론, 제주도 인재개발원 등 공공시설과 유스호스텔 등 민간시설 이용 여건이 모두 여의치 않았던 탓이다.

이튿날부터 머리를 맞대기 시작한 신라면세점 제주점과 제주도, 제주 4개 대학(제주대·제주한라대·제주관광대·제주국제대)은 우선 '중국인 유학생 합동 임시생활시설'을 마련하기로 하고 구체적인 지원방안을 논의했다.

이 과정에서 신라면세점 제주점이 중국인 관광객 수용·관리에 노하우가 있는 지점 연계 여행사인 뉴화청국제여행사와 접촉해 이 여행사가 소유하고 있는 호텔을 중국인 유학생 합동 임시생활시설로 활용하기로 한 것이다.

뉴화청국제여행사 역시 흔쾌히 이 호텔을 도에 4월10일까지 45일간 무료로 임대해 주기로 했다.

신라면세점 제주점은 중국인 유학생 합동 임시생활시설 운영·관리에 필요한 부대비용(도시락·생필품 등) 1억원을 전액 지원하기로 했다.

송석언 제주대 총장은 이날 오전 제주대 회의실에서 열린 '신라면세점·화청그룹㈜감마누 제주도내 대학 발전 기금 전달식'에서 "도움이 필요한 시기, 장소, 사람들에게 도움을 줬다는 점에서 그 어느 때 보다도,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고마운 마음이 든다"며 "어려운 상황 속 용기 있는 결단에 감사하다"고 인사했다.

김성언 제주도 정무부지사도 "제주도민을 대신해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며 "성원에 보답하기 위해 제주를 찾는 모든 방문객들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김태호 신라면세점 부사장은 "제주가 우리나라 대표 관광지의 명성을 되찾을 때까지 미약하나마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며 "화청그룹과 함께 제주에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으로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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