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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종 칼럼] 테슬라 자동차와 독일 자동차
[자료] 김수종 위원 © News1 송원영 기자
독일 하면 한국인들은 무엇을 떠올릴까. 아마 자동차를 잘 만드는 나라의 이미지가 아닐까 싶다. 독일은 현대 기계 공학의 본산으로, 그 백미(白眉)는 자동차다. 자동차 산업은 독일의 정체성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서울뿐만 아니라 지방에서도 벤츠, BMW, 아우디, 폭스바겐 등 독일제 자동차를 정말 많이 보게 된다. 한국에 앞서 미국은 1980년대 ‘여피(yupie)’로 불리는 젊은 도시 전문직 종사자들이 독일 자동차 구매 붐을 선도했고, 21세기에는 중국 등 신흥국 부자들이 독일 차 선호 패턴을 따랐다.

자동차는 독일 수출에서 가장 중요한 품목이다. 독일 자동차 산업은 80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연관 산업에 또 무수한 일자리를 파생한다. 자동차를 팔아 벌어들이는 매출액은 연간 약 4500억 달러다. 3분의 2가 중국과 미국에서 벌어들인다. 자동차 산업은 독일 경제의 대들보다.

1등에게도 고민이 있다. 경쟁자에게 추월당할까 걱정한다. 작년 가을부터 독일 자동차 산업이 그런 걱정에 휩싸여 있다는 이야기를 독일의 ‘슈피겔지’ 등 서방 언론들이 보도하기 시작했다. 최근 결정적으로 이런 걱정을 촉발한 것은 테슬라의 유럽 공략이다. 전기차 및 배터리 제조업을 표방한 테슬라가 독일이 선도하는 기존 내연기관 자동차 산업 구조를 뒤집어엎을지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에 독일 자동차 업계 총수들이 떨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유럽에서 판매를 시작한 테슬라 ‘모델3’이 12월 폭스바겐 ‘골프’와 르노 ‘클리오’에 이어 베스트 셀러 3위에 올랐다. 모델 3의 작년 유럽 판매량이 9만3000대에 이르렀다. 테슬라 전기차가 유럽서 이렇게 팔리는 것은 독일 자동차 메이커들에겐 긴장되는 일이다. 실리콘밸리의 테슬라 공장이 원활치 않자 텐트공장으로 교체해야 할 정도로 지지부진해서 월가의 헤지펀드들이 곧 망할 것이라고 입방아를 찧었던 게 재작년이었다. 그런 테슬라가 다시 돌풍을 일으키며 기사회생한 것이다.

독일 자동차 메이커들은 테슬라의 CEO 일론 머스크를 돈만 낭비하는 풋내기 자동차 창업자쯤으로 우습게 생각했다가 이젠 생각을 달리하고 있다. 세계 휴대폰시장 점유율을 40%까지 석권했던 노키아(NOKIA)가 2007년 애플이 아이폰을 세상에 내놓은 후 1%대로 몰락한 악몽을 떠올리고 있다.

또 하나의 변수는 테슬라 공장의 베를린 상륙이다. 독일의 심장부 베를린 인근 산림지대 3만8000평에 거대한 전기차 및 배러리 공장시설, 즉 ‘기가팩토리’Giga-factory)를 착공한 것이다. ‘기가베를린’(Giga Berlin)이란 이름이 붙은 이 공장이 내년 완공되면 연 15만대를 생산하며 궁극적으로 연 50만대의 생산능력을 목표로 하고 있다.

2010년대 초반 테슬라 CEO 머스크가 유럽에 공장을 짓겠다는 계획을 세웠을 때 프랑스 등 유럽 10개국이 유치전을 벌였고, 머스크는 자동차의 본고장 독일을 선택했다.

테슬라는 기가베를린을 통해 8000개의 일자리를 창출한다고 발표했다. 척 보기에 긍정적이다. 그러나 곧이어 독일인을 우울하게 하는 뉴스가 나왔다. 폭스바겐이 2025년까지 8500명의 일자리를 줄인다는 뉴스다. 폭스바겐의 인력감축 뉴스에는 독일 자동차 제조업의 깊은 그늘이 서려 있다. 폭스바겐은 올 연말부터 'ID.3' 등 전기차 생산체제로 전환하면서 인력수요가 크게 줄어든다. 전기차는 종전 내연기관차에 비해 부품이 30% 이상 줄어들기 때문이다.

독일은 2차대전 이후 내연기관 엔지니어링을 통해 자동차 강국의 지위를 구가했으나, 이제 내연기관 시대가 저물기 시작한 것이다. 화석연료를 소비하는 육중한 내연기관 대신에 배터리로 달리는 전기자동차가 인간과 물류의 이동을 담당하는 새로운 자동차 문명을 이끌게 된다. 자율주행차도 전기차 기반 위에 발전하게 된다.

내연기관 시대에 안주해온 독일 자동차에겐 커다란 도전이다. 독일은 기후변화 등 환경문제에 매우 앞서 대응해왔고, 자동차 메이커들도 친환경차 연구 개발에 나섰다. 그러나 이익이 크게 나는 기존의 내연기관차를 개선하는 방식을 벗어나지 못했다. 반면 일론 머스크는 화석연료를 완전 탈피하는 전기자동차 개념을 갖고 2003년 테슬라를 창업했다. 최근 독일 사람들은 이 새로운 도전에 독일의 준비가 미흡했다는 반성을 쏟아내고 있다.

전기차의 핵심부품은 배터리다. 자동차 가격의 약 30%가 배터리 값이다. 가전제품이나 컴퓨터 등에 쓰였던 리튬이온 배터리는 이제 자동차 산업에 아주 중요한 핵심부품이 됐다. 일본 한국 미국 기업들이 배터리 기술 선두 주자이고 중국 배터리 기업들이 국가의 보호를 받으며 무섭게 성장하고 있다. 2030년 이후 내연기관 자동차 판매는 급격히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테슬라는 자동차 산업의 기존 틀을 깨는 게임 체인저(Game Changer)로 등장했고, 베를린 숲속의 기가팩토리는 독일 자동차 산업을 흔들 ‘트로이의 목마’가 될지도 모른다. 그래서 1등만 하던 독일 자동차 메이커들의 걱정이 태산 같다. 이 변화는 한국의 자동차 산업에 기회일까, 위기일까. <뉴스1 고문>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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