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영남대의료원에서 두통과 폐렴으로 입원치료를 받다가 숨진 대구 17세 고등학생의 사망 원인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별도 부검이 진행되지 않아선 지 정부 발표를 믿지 못하겠다는 반응이 여전히 많다.

기저질환이 없고 젊고 건강했던 학생의 안타까운 사망에는 마스크 대란과 치료 공백을 야기한 정부에 대한 원망까지 더해진 상황이다. 보건 당국은 사망원인을 발표하는 선에서 발을 빼려했지만 오히려 불필요한 의혹만 쌓았다.

이 학생은 마스크 구매 5부제에 따라 비가 오는 날에 1시간 가량 줄을 섰고, 체온이 41.5도까지 올랐는데도 제 때 치료를 받지 못했다. 만약 마스크 구매 5부제가 필요 없을 정도로 마스크 공급이 원활했거나 코로나19로 인한 의료 공백이 없었다면 17세 소년은 목숨을 잃지 않았을지 모른다.

보건당국은 20일 코로나19 국내 유입 두 달을 평가하며 30번 환자까지는 통제 범위에 있었다고 밝혔다. 1월20일 첫 환자 발생 후, 대구 신천지 교회 첫 감염자인 31번 환자가 발생한 2월18일까지 급박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첫 확진자 발생 후 근 한 달에 육박하는 이 기간에 마스크 대비책과 잠재적 환자 폭증을 염두에 둔 병상 대책을 마련했다면 어쩌면 대구 소년은 제 때 치료를 받지 못해 사망하지 않았을 수 있다.

◇비오는 날 마스크 사러 1시간 줄 서…열 41.5도에서 치료 늦어져
21일 지역 의료계에 따르면 경북 경산에 살던 고교생은 지난 10일 마스크를 사기 위해 집 밖으로 나갔다. 마스크 5부제에 따라 약국을 방문했으나 줄이 길어 이날 오후 5시부터 1시간가량 서서 기다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발열과 기침, 구토 증상으로 몸 상태가 좋지 않았다. 고교생은 지난 12일 체온이 41.5도까지 올라 지역에 있는 경산중앙병원을 방문했다. 이 병원 의료진은 고교생에게 해열제 등을 처방한 후 집에 돌아가도록 했다. 이날 선별진료소가 문을 닫아 고교생은 코로나19 검사를 받지 못했다.

고교생은 13일 경산중앙병원을 다시 방문해 선별진료소에서 코로나19 검사를 받았으나 음성 판정을 받았다. 하지만 기침 증세가 심해 엑스레이(X-ray) 촬영을 진행한 결과, 폐렴 소견이 나왔으며 증상은 갈수록 나빠졌다.

특히 열이 오르고 기침을 하는 등 상태가 심각해지자 경산중앙병원 의료진은 고교생을 영남대의료원으로 전원시켰다. 영남대의료원에 입원한 고교생은 이후에도 체온이 39도에 달하는 등 상태가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영남대의료원은 혈액 투석은 물론 포항에 있는 의료기관에서 인공심폐기 에크모(ECMO)까지 빌려와 치료를 했는데도 상태가 더 나빠졌고, 결국 18일 오전 다발성 장기부전으로 숨졌다.

다발성 장기부전이 온 환자는 폐렴이나 신장염, 후두염 등을 일으키는 균 등이 몸속을 돌아다니며 패혈증을 일으키거나, 호흡기관을 포함해 몸속 장기들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해 숨질 위험이 매우 높다.

17세 고교생은 지난 13일부터 18일까지 영남대의료원에서 13차례 코로나19 검사를 받았다. 호흡기 검체를 이용한 12차례 검사에서는 음성 판정이 나왔고, 마지막 13회 검사 때는 소변과 가래를 통해 부분적 유전자 반응이 확인됐다.

이후 고교생의 검체는 질병관리본부와 서울대병원, 연세대학교 세브란스병원 3곳에서 감염 여부를 최종적으로 판단하는 검사가 이뤄졌고, 결과는 음성이었다. 하지만 검사 결과가 나오기까지 큰 사회적 혼란이 발생했다.

◇마스크 대란·의료공백 없었다면…사인 발표에도 수긍하지 않은 시선
고교생이 마스크를 사기 위해 무리하게 외출을 할 수밖에 없었다는 점, 코로나19로 인해 지역 의료기관에서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했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크다. 정확한 사인 규명을 위해선 가족 동의를 얻은 부검이 필수적인지만, 보건당국은 '필요하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번 사태는 시급한 치료가 필요한 환자들이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한다는 점도 재확인했다. 코로나19 환자 검사와 치료에 의료자원이 집중되다 보니 정적 치료가 시급한 응급·중증·고위험 환자들이 치료시기를 놓쳐 숨지는 사례가 속속 발생하고 있다.

지난달 21일 음압병상을 찾지 못해 청도대남병원에서 부산대병원까지 이송된 직후 숨진 50대 여성환자, 지난 8일 경북 영천에서 입원대기 중인 70대 확진자(78·남)도 뒤늦게 동국대학교 경주병원으로 이송되던 중 숨지는 일이 벌어졌다.

일각에서는 고교생이 마크스를 사러 집 밖으로 나갔다 온 뒤에 발열과 기침 증상 등을 겪었다는 점에서 '마스크 참사'라고 비판한다.

정부는 코로나19 유입 초기 보건용 마스크 사용을 권고했다. 이후 마스크 수요가 폭증해 물량이 부족해지자 1월말부터 매점매석 행위를 경고했다. 그러나 엄포에 그친 탓에 가수요만 부추켰다. 뒤늦게 마스크 해외 수출을 제한하고 공급 물량을 늘리려 했지만 마스크 수급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급기야 고육책으로 '마스크 구매 5부제'를 내놓았지만 시행 전부터 삐걱거렸다. 구매 조건을 너무 까다롭게 만들어 '5살 아이 보고 직접 마스크를 사라는 말이냐'라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 정부는 10세 이하 소아와 80세 이상 고령자는 대리구매를 허용하는 쪽으로 한발 물러섰지만, 국민은 큰 혼란을 겪었다. 대구 남학생 같은 중·고등학생도 대리 구매를 허용해야 한다는 학부모의 요청이 빗발쳤지만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날 열린 중앙방역대책본부에도 고고생에 대한 의혹을 풀고 가야 한다는 질의가 이어졌다. 이에 대해 정은경 본부장은 "(고교생의) 검사 횟수를 가지고도 논란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13개 검체로 검사한 것은 맞는데, 1번 검사에 2~3개 검체를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검사 횟수와 검체 개수는 다를 수 있다"고 해명했다.

이어 "(17세 고교생은) 인플루엔자 등 다른 8종의 호흡기 바이러스 검사도 같이 진행했으나 나온 것(양성)이 없다"며 "국립중앙의료원의 중앙임상위원회에서도 코로나19에 의한 사망이 아닌 것으로 판정했다"고 강조했다.

보건당국의 주장이 맞더라도 문제는 수긍하지 않는 시선이 많다는 점이다. 불필요한 의혹을 씻기 위해서라도 부검을 통해 정확한 사인을 규명했어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마스크 혼란과 치료 공백에 대한 원망과 안타까움이 더해져 대구 소년의 사인은 많은 사람들에게 미스터리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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