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수가 3만명에 육박하는데도 정부는 미주 지역 입국자에 대한 특별입국절차 적용을 검토하지 않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유럽만큼 미주지역 내 코로나19 유행 상황이 위험하지 않다는 판단인데,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22일 질병관리본부와 미국 존스홉킨스 대학교 통계에 따르면 한국시간으로 오후 4시 기준 미국 확진자 수는 2만6747명으로 집계됐다. 지난 14일만 해도 2034명이던 확진자 수가 8일간 1200% 이상 폭증했다.

같은 기간 이탈리아가 200% 가량 증가한 것에 비해 월등히 빠른 속도다. 이에 따라 미국 총 확진자 수는 스페인과 독일, 이란마저 추월했다. 지금 같은 속도라면 이탈리아마저 따라잡아 전 세계 2위로 올라설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국시간으로 오후 4시 기준 전세계 주요 국가 코로나19 누적 확진자 수는 중국 8만1348명, 이탈리아 5만3578명, 미국 2만6747명, 스페인 2만5497명이다.

지난 16일부터 이날 0시까지 최근 일주일간 해외에서 입국한 감염자의 출발지는 유럽이 가장 많았고, 미주 지역이 뒤를 이었다. 같은 기간 유럽발 확진자는 54명, 미주발 확진자는 12명이다.

유럽발 확진자는 프랑스와 영국, 이탈리아, 스페인, 네덜란드, 독일, 오스트리아, 스위스, 헝가리, 포르투갈, 아일랜드 등 지역에서 국내로 들어왔다. 미주 지역 입국자는 미국명과 캐나다, 콜롬비아 등에서 온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중 10명은 코로나19 확산세가 맹렬한 미국에서 입국한 감염자다.

아직까지는 유럽발 입국 확진자의 증가분이 많으나 미주발 입국 확진자 증가세도 빠르게 고개를 드는 양상이다. 특히 미주 지역 확진자가 국내로 유입된 사례는 지난주까지 전무했다. 전일인 21일까지 미주 지역 해외 유입사례는 미국에서 출발한 확진자가 5명을 기록한 데 이어 이날 7명이 증가했다.

이에 따라 미주발 입국자에 대해서도 유럽과 동일한 특별입국절차를 적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현재 정부는 22일 0시부터 유럽에서 국내로 온 내국인과 장기체류 외국인을 증상 유무에 따라 자가격리 또는 시설격리를 14일 동안 의무적으로 부여하는 방역정책을 시행 중이다.

외국인이라고 해도 내국인과 동일한 기준으로 자가격리를 지켜야 한다. 이를 따르지 않으면 감염병예방법에 따라 형사처분을 받게 되며, 생활비 지원 자격도 박탈한다. 현재 외국인은 14일 이상 자가격리를 하면 한 달 치 기준으로 45만원의 생활비를 정부로부터 지원받을 수 있다.

이날 열린 중앙방역대책본부 정례브리핑에서도 미주발 입국자에 대한 정부 대책을 묻는 질의가 쏟아졌다. 하지만 방역당국은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은 "국내에 입국하는 사람의 4분의 3 이상이 우리 국적을 가진 국민"이라며 "심지어 다른 나라 (국적인 경우도) 교포 내지는 동포로 보이는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세계보건기구(WHO) 권고에 따라 투박한 정책보다 민주적이고 자유주의에 입각한 그리고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정책을 펼치겠다"며 "해외 (코로나19) 발생 상황, 매일 (국내로) 입국하는 규모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정부의 이 같은 입장에 대해 전문가들은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학회 학술이사는 "이미 한 달 전부터 해외입국에 의한 추가 전파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컸다"며 "지금은 국내로 오는 모든 입국자를 상대로 14일각 격리 조치 후 증상을 파악하는 방역대책을 당장 시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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