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해외 유입에 의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오는 25일 인천국제공항에 '도보 이동형(이하 워킹스루)' 선별진료소 40개를 설치한다. 인천공항에 워킹스루 선별진료소를 설치하면 검사 속도가 기존 검사법보다 6~7배가량 빨라질 전망이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2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수요일(25일)부터 부분적으로 (워킹스루를)적용할 예정"이라며 "이 검사법은 의료인이 부스를 옮겨 다니면서 6~7분 만에 1명 검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방역당국이 인천공항에 워킹스루 선별진료소를 설치하는 이유는 지난 22일부터 유럽발 입국자에 대한 전수 진단검사가 이뤄지고 있어서다. 현재 유럽에서는 코로나19가 크게 확산되고 있다.

지난 22일 하루에만 유럽에서 국내로 입국한 사람은 1442명이며, 그중 152명이 유증상자로 분류됐다. 앞으로 누적 확진자 수가 3만3276명에 달하는 미국과 미국을 경유한 입국자까지 전수 진단검사를 적용할 경우 검사역량이 한계에 부딪히게 된다. 이를 대비한 조치가 워킹스루 설치인 셈이다.

워킹스루 선별진료소는 차량용 드라이브 스루 선별진료소에서 착안한 신속 검사법이다. 의사와 환자를 분리한 1인 진료부스로 감염 위험을 낮추고 신속한 검체 채취가 이뤄지는 게 특징이다.

기존 선별진료소는 컨테이너와 천막 안에서 의료진이 대기하면서 의심환자로부터 검체를 채취하는 방식 때문에 1명을 검사한 뒤 소독하는 시간이 길었다. 이로 인해 하루에 채취할 수 있는 검체가 20건 정도에 그쳤다.

반면 워킹스루는 환자가 부스 안에 들어가고, 의료진은 밖에서 부스에 설치된 글러브에 팔을 넣어 검체를 채취하는 방식이다. 워킹스루는 부스 여러 개가 나란히 붙어있는 구조다. 따라서 검사를 마친 부스는 의료진이 즉시 소독하게 되며, 남은 부스에서는 다른 검사가 이뤄질 수 있다. 검체를 채취하는 의료진 역시 부스 이곳저곳을 이동하면서 검사를 진행할 수 있다.

국내에서는 에이치플러스 양지병원 등이 워킹스루를 설치해 환자 검체를 채취하고 있다. 양지병원에 따르면 워킹스루 부스 안에는 음압시설 및 자외선이 나오는 UV램프가 설치돼 있다. 코로나19가 비말(침방울)로 전파되는 특성상 검사가 이뤄지는 동안 부스 내 공기가 밖으로 빠져나가지 않도록 조치하는 것이다.

워킹스루 부스 안에는 인터폰을 설치해 검사 과정에서도 의료진이 의심환자와 대화를 나눌 수 있다. 또 부스 밖에 청진기를 부착하고 내부에는 펜 라이트를 비치해 의사가 환자 상태를 정확하게 확인하도록 진료 여건을 조성했다. 성인용 외에 소아 맞춤형 부스도 별도로 운영 중이다.

워킹스루를 통해 의료진이 환자 검체를 채취하는 시간은 대략 1분이다. 숙련된 의료진은 20초 내외로 검체를 채취한다. 검사를 마친 부스는 의료진이 투입돼 소독과 환기를 진행하는데, 이 모든 과정이 7~8분 정도면 끝난다. 이를테면 부스 4개를 설치한 워킹스루 선별진료소는 소독 시간을 고려해도 시간당 최대 10명 가까이 검사할 수 있다.

김상일 양지병원장은 "방호복과 마스크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는 의료진이 많은 상황에서 워킹스루는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며 "무엇보다 의심환자와 의료진이 접촉하지 않아 감염 위험을 차단하고 검사 시간을 크게 단축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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