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발 입국자 전원에 대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전수 진담검사를 시행한 첫날인 22일 1442명이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국내로 들어왔다. 152명은 유증상자로 분류돼 인천공항 인근 임시격리시설로, 1290명은 무증상자로 분류돼 임시생활시설에 각각 입소했다. 유럽발 입국자 1442명 중 내국인 1221명, 외국인은 103명이다.

방역당국은 유럽보다 빠른 속도로 코로나19 확진자가 늘고 있는 미주 지역에 대해서도 위험도가 증가할 것으로 보고 후속 조치를 논의 중이다. 앞으로 미국 내 코로나19 확산세가 꺾이지 않을 경우 미주발 입국자도 유럽발 입국자와 동일한 전수 진단검사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

◇유럽발 입국자 1442명 중 유증상 152명…무증상자도 14일 자가격리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23일 충북 오송 질병관리본부 청사에서 열린 비대면 정례브리핑에서 "22일 하루에 국내로 들어온 유럽발 항공편은 총 6편"이라며 "출발지는 독일 프랑크푸르트와 영국 런던, 네덜란드이며, 승무원과 환승객을 제외한 입국 인원은 총 1442명"이라고 밝혔다.

방역당국은 당초 1300여명이 국내에 입국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항공기가 유럽에서 출발한 뒤 중동 지역을 경유하면서 환승객이 추가로 탑승해 입국 인원이 늘었다.

정은경 본부장은 "입국자 1442명 중 152명은 유증상자로 분류돼 인천공항 인근 임시격리시설로 들어갔다"며 "유증상자를 격리하는 시설은 인천공항검역소 내 임시격리시설 50명, 영종도 국민체육진흥공단 경정훈련원이 70명을 수용한다"고 설명했다.

수용시설 규모보다 유럽발 입국자의 유증상자 수가 많지만 입국 시차가 있는 데다 병원 이송과 음성 판정을 받은 후 자가격리를 위해 퇴소하는 인원이 발생해 시설 운영에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당국은 판단하고 있다.

실제 유럽발 입국자 중 무증상자 1290명은 임시생활시설로 이동해 진단검사를 받고 있다. 그중 6명은 이날 오후 7시쯤 음성 판정을 받고 귀가했다. 이들은 향후 14일간 자가격리를 해야 한다.

22일 오후 2시 기준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온 입국자도 승무원과 환승객을 제외하고 277명으로 집계됐다. 이들은 만 하루 정도인 24시간을 시설 내에서 대기해야 한다. 실험실에서 진단검사를 하는데 소요되는 시간은 6시간 내외이나 검체 채취, 운송 등을 포함하면 결과 통보까지 1일 정도 걸린다.

◇미국 하루새 확진자 1만여명 증가…누적 사망자 471명
방역당국이 유럽에 이어 예의주시하는 곳은 미주 지역이다. 특히 미국은 23일 오전 1시(동부시간) 기준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3만5211명으로 집계됐다. 전일보다 9700여명 증가했다. 하루 만에 1만명 가까이 증가한 셈이다.


미국의 누적 확진자 수는 중국과 이탈리아에 이어 전세계 3위다. 미국은 지난 14일만 해도 2034명이던 확진자 수가 9일간 약 1631% 폭증했다. 누적 사망자 수는 미국 전역에서 471명으로 집계됐다.

미국 지역별 확진자는 동부 뉴욕주가 1만5000여명으로 가장 많았다. 특히 전세계 중심 뉴욕시에서만 확진자가 1만명이 넘어섰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미주 지역에 대해 유럽과 동일한 입국 절차를 적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에 대해 정은경 본부장은 "미국은 아직 유럽만큼의 위험도는 아니다"면서도 "(확진자 수가) 곧 증가를 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전망했다.

이어 "미국과 남미는 해당 국가 (확진자) 발생 현황과 입국자에서 확진되는 비율 등 지표를 계속 모니터링하면서 필요한 조치를 단계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검사 7~8분에 1명꼴 '워킹스루'…인천공항 '방역 병목' 뚫는다
정부는 해외 유입에 의한 코로나19 추가 전파를 막기 위해 오는 25일 인천국제공항에 '도보 이동형(이하 워킹스루)' 선별진료소 40개를 설치한다. 인천공항에 워킹스루 선별진료소를 설치하면 검사 속도가 기존 검사법보다 6~7배가량 빨라질 전망이다.

방역당국이 인천공항에 워킹스루 선별진료소를 설치하는 이유는 지난 22일부터 유럽발 입국자에 대한 전수 진단검사가 이뤄지고 있어서다. 현재 유럽에서는 코로나19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과장은 브리핑에서 "수요일(25일)부터 부분적으로 (워킹스루를)적용할 예정"이라며 "이 검사법은 의료인이 부스를 옮겨 다니면서 6~7분 만에 1명 검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워킹스루 선별진료소는 차량용 드라이브 스루 선별진료소에서 착안한 신속 검사법이다. 의사와 환자를 분리한 1인 진료부스로 감염 위험을 낮추고 신속한 검체 채취가 이뤄지는 게 특징이다.

기존 선별진료소는 컨테이너와 천막 안에서 의료진이 대기하면서 의심환자로부터 검체를 채취하는 방식 때문에 1명을 검사한 뒤 소독하는 시간이 길었다. 이로 인해 하루에 채취할 수 있는 검체가 20건 정도에 그쳤다.

반면 워킹스루는 환자가 부스 안에 들어가고, 의료진은 밖에서 부스에 설치된 글러브에 팔을 넣어 검체를 채취하는 방식이다. 워킹스루는 부스 여러 개가 나란히 붙어있는 구조다. 따라서 검사를 마친 부스는 의료진이 즉시 소독하게 되며, 남은 부스에서는 다른 검사가 이뤄질 수 있다. 검체를 채취하는 의료진 역시 부스 이곳저곳을 이동하면서 검사를 진행할 수 있다.

워킹스루를 통해 의료진이 환자 검체를 채취하는 시간은 대략 1분이다. 숙련된 의료진은 20초 내외로 검체를 채취한다. 검사를 마친 부스는 의료진이 투입돼 소독과 환기를 진행하는데, 이 모든 과정이 7~8분 정도면 끝난다. 이를테면 부스 4개를 설치한 워킹스루 선별진료소는 소독 시간을 고려해도 시간당 최대 10명 가까이 검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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