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럽과 PC방 등 젊은 층이 자주 방문하는 유흥 및 다중이용시설 외에 식당에서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감염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경주 한 프랜차이즈 꼬치구이 식당에서 16명이 코로나19에 감염되는 소규모 집단감염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감염병 전문가는 "4명이 앉는 한 테이블을 기준으로 나란히 또는 대각선으로 앉으면 2명까지는 같이 밥을 먹어도 감염 위험이 거의 없다"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식당 이용을 우려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반응이다.

식당은 클럽과 PC방, 카페와는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국민 일상생활에 밀접한 공간이다. 식당 이용까지 제한이 생기면 사회적 거리두기에 대한 국민 피로도가 훨씬 높아질 수밖에 없다.

◇경주 식당서 16명 확진 판정…추가 감염자 나올 가능성
24일 경북도에 따르면 지난 15~22일 경주시 성건동 한 프랜차이즈 꼬치구이 전문 음식점에서 업주와 접촉자, 재접촉자 등 16명이 코로나19에 감염된 것으로 나타났다.

꼬치구이 음식점을 직접 방문한 확진자가 10명, 확진자와 접촉해 감염된 인원은 6명이다. 이 한 식당에서만 23일 오전 10시 기준 경주 누적 확진자 36명 중 44%에 달하는 확진자가 발생했다.

최초 확진자는 업주 A모씨(여·59)로 알려졌으나, 증상 발현일인 3월 13일 이전에 의심증상을 보인 식당 이용객이 있어 시 보건당국은 추가 역학조사를 진행 중이다. 현재까지 A씨 감염경로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시 보건당국이 역학조사를 진행한 결과, 지난 10일 이 음식점을 방문한 경주세무서 직원 4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지난 10일과 13일에 각각 음식점을 방문한 남성 2명도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로 인해 이 남성 2명의 아내들도 코로나19에 걸렸다. 지난 22일에는 음식점을 방문한 직장 동료와 접촉한 또 다른 남성이 확진 판정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음식점에서 코로나19에 노출된 확진자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지난 1월 22일에는 서울 강남구 소재 식당 한일관에서 3번째 확진자(54·남성)와 함께 밥을 먹은 6번째 확진자(56세 남성)가 코로나19에 감염되기도 했다. 6번 환자는 국내 첫 2차 감염자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식당 이용을 걱정하는 사람들이 늘었다. 수저를 함께 사용하는 식당에서 비말(침방울)에 의한 추가 감염 위험이 높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유럽 국가들처럼 유흥시설 외에 식당 등의 이용도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우리나라는 이탈리아, 독일처럼 급격한 유행을 보이지 않는다"며 "다만 다양한 위험도를 계속 평가하고 (후속)조치에 대한 강도나 수위를 항상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4명 앉는 테이블 나란히·대각선 앉기…"구내식당 꺼릴 필요 없어"
감염병 전문가들은 사회적 거리두기가 중요하지만 일반식당 이용까지 제한할 경우 국민 일상생활과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너무 클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식당 내 사회적 거리두기만 잘 실천하면 감염 위험이 높지 않다는 것이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보통 국내 식당은 한 테이블에 4명이 앉는 구조인데, 밥을 먹을 때 나란히 또는 대각선 방향을 앉아서 식사하면 비말(침방울)이 상대방에게 튈 위험은 상대적으로 낮다"고 분석했다.

이어 "이런 방식으로는 한 테이블에 2명까지 앉아서 식사를 해도 문제가 없을 것 같다"며 "일반식당까지 이용하지 말라는 주장은 여러 측면에서 다소 과도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김우주 교수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는 것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조금이라도 열이 나거나 호흡기 증상이 나타날 경우 집 밖으로 나가지 않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혼밥(혼자서 밥 먹기)을 장려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개인 판단에 따라 하면 되는 것이지만, 많은 사람이 이용하는 구내식당 등에서 마주 보며 식사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감염 위험은 높지 않다"고 재차 강조했다.

한편 방역당국은 지난 22일 사무실에서 컵·식기 등 개인 물품을 사용하고, 마주 보지 않고 일정 거리를 두고 식사하기 등의 내용을 담은 '직장에서 개인행동 지침'을 전국 일반 사업장에 배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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