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발 입국자 전원을 별도 수용시설에 격리한 뒤 전수 진단검사를 진행 중인 정부가 제도 시행 2일 만에 백기를 들었다. 무증상 내국인은 집에서 자가격리를 하되, 3일 안에 검사를 받는 방식으로 한발 물러선 것이다.

이는 유럽에서 국내로 들어오는 내외국인이 증가함에 따라 검사를 위한 수용시설이 부족해져서다. 또 향후 미주발 입국자에 대한 전수검사를 진행할 경우 수용시설 부족 현상이 더 심각해질 것을 대비한 조치로 해석된다.

인천국제공항에 40개 설치할 예정인 '도보 이동형(이하 워킹스루)' 선별진료소도 일선 의료기관보다 감염 위험을 줄이는 형태로 변형해 순차적으로 설치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방대본 "전수검사 유증상자 중심"…입국자 규모 예상 벗어나
권준욱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은 24일 오송 질병관리본부 청사에서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유럽 지역 입국자 급증에 따른 유증상자 증가에 대비하고자 이날 오후 2시부터 검역 대응체계를 유증상자 중심으로 효율화한다"고 밝혔다.

이어 "내국인 무증상자는 자가격리를 실시하고, 관할 보건소에서 입국 후 3일 안에 검사를 실시하겠다"고 덧붙였다. 지난 22일부터 시행한 유럽발 입국자 대상 전수 진단검사 절차를 바꾸겠다는 것이다. 제도 시행 2일 만이다.

그는 이어 "외국인은 시설격리 후 검사를 실시할 예정이며, 외국인 중 장기 체류자는 음성인 경우 14일간 자가격리, 단기 체류자는 능동감시를 받는다"며 "이미 확보한 입국자 검사대기 격리시설 중 일부는 유증상자 격리시설로 전환한다"고 덧붙였다.

지난 22일과 23일 인천국제공항에 들어온 유럽발 입국자는 2647명이었다. 이들은 유증상과 무증상으로 구분해 각각 공항 검역소 내 임시격리시설과 국내 각 지역 임시생활시설로 입소해 코로나19 진단검사 받은 후 그 결과를 기다려야 했다.

하지만 이날 오후 2시부터는 유럽발 입국자 중 증상이 없는 내국인은 모두 자택으로 돌아가 자가격리를 진행한다. 유럽발 입국자의 약 90%는 유학생과 주재원과 그 가족, 교민 등 내국인이다.

국내에 연고가 없는 외국인은 무증상이어도 임시생활시설에 격리 후 검사를 진행한다. 검사 결과가 음성이면 장기체류 외국인은 14일간 자가격리를, 단기체류 외국인은 능동감시 대상으로 분류한다.

유증상자는 기존 검역 절차대로 검역소 내 임시격리시설에서 격리 상태로 검사를 받고 확진 판정이 나오면 중등도에 따라 병원 또는 치료시설로 이송한다. 검사 결과가 음성으로 나온 유증상자도 14일간 자가격리 대상이다.

현재 유증상자를 격리하는 시설은 인천공항검역소 내 임시격리시설 50명, 영종도 국민체육진흥공단 경정훈련원이 70명 정도다. 여기에 무증상자 임시생활시설은 총 8개로 1인1실 1175명을 수용할 수 있다.

하지만 전수검사 시행 첫날인 지난 22일 유럽발 입국자는 1444명, 23일 입국자는 1203명이다. 입국검역을 강화한 첫 날만 해도 정부가 확보한 시설 규모보다 입국자가 더 많았다. 이는 유럽발 항공기가 경유지를 거치면서 탑승객이 늘었기 때문이다. 이틀에 걸쳐 입국한 2647명 중 이날 오전 9시 기준 19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권준욱 부본부장은 "(검역)자원을 유증상자 중심으로 집중해 시행할 계획"이라며 "현재는 유럽발 입국자가 대상이고, 미국도 확진자 발생이 늘어나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만 인구 10만명당 (확진자는) 유럽 수준은 아니다"면서도 "내부적으로 여러 사안을 검토하고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감염 전문가들 워킹스루 감염 우려…일선병원과 다른 형태 설치
정부가 유럽발 입국자 진단검사를 신속히 진행하기 위해 오는 25일 인천공항에 40개를 설치할 예정인 워킹스루 선별진료소 설치 방식에도 변화가 있을 전망이다. 일부 감염내과 전문가를 중심으로 현행 워킹스루 방식에 감염 위험을 경고하고 있어서다.

워킹스루 선별진료소는 차량용 드라이브 스루 선별진료소에서 착안한 신속 검사법이다. 의사와 환자를 분리한 1인 진료부스로 감염 위험을 낮추고 신속한 검체 채취가 이뤄지는 게 특징이다. 이 검사법은 의료인이 부스를 옮겨 다니면서 6~7분 만에 1명 검사할 수 있다. 기존 검사법보다 6~7배가량 검사 속도가 빠르다.

워킹스루는 환자가 부스 안에 들어가고, 의료진은 밖에서 부스에 설치된 글러브에 팔을 넣어 검체를 채취하는 방식이다. 워킹스루는 부스 여러 개가 나란히 붙어있는 구조다. 따라서 검사를 마친 부스는 의료진이 즉시 소독하게 되며, 남은 부스에서는 다른 검사가 이뤄질 수 있다. 검체를 채취하는 의료진 역시 부스 이곳저곳을 이동하면서 검사를 진행할 수 있다.

중앙사고수습본부 관계자는 "인천공항에 설치하는 워킹스루는 감염내과 전문의 자문을 받아 일선 의료기관 방식에서 변형한 형태로 실치 할 것으로 보인다"며 "감염 위험을 낮추려는 조치"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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