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유학 중 일시 귀국해 제주를 4박5일간 여행한 뒤 서울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판정을 받은 유학생 A씨(19·여)로 인한 지역사회 '2차 감염'이 우려되면서 제주사회가 '살얼음판'이다. 더욱이 코로나19 의심 증상에도 여행을 강행했다는 진술에 도민들의 분노는 커지고 있다.

26일 제주특별자치도에 따르면 미국에서 유학중인 A씨는 지난 14일 미국을 출발, 15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이후 지난 20일부터 24일까지 4박5일 동안 어머니 및 지인과 함께 제주 여행을 했다.

A씨는 제주에서 서울로 돌아간 24일 오후 강남구보건소 선별진료소를 방문, 검사를 받았고 이날 코로나19 확진판정을 받았다. 특히 A씨는 제주에 온 날 저녁부터 오한과 근육통, 인후통을 느꼈다고 진술했으며 여행 중 병원과 약국을 찾기도 했다. 해외 방문이력이 있고, '코로나19' 의심증상이 나타났지만 제주여행을 강행한 것이다.

현재까지 제주도가 A씨의 진술과 폐쇄회로(CC)TV, 카드 이용내용을 통해 파악한 동선에 따르면 A씨와 일행이 제주에 머무는 동안 렌터카를 타고 도내 주요 관광지와 음식점 등 20여곳을 들렀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한화리조트와 해비치호텔 리조트에서 2박씩 투숙했다.

제주도는 A씨와 접촉한 것으로 확인된 34명에 대해 자가격리 조치를 취했고, 7명은 조사중에 있다. 또 리조트 등은 임시폐쇄했다.

제주도는 우도를 방문할 때 선박을 이용했다는 점과 여러 곳의 관광지를 들렀다는 점에서 접촉자가 100명 내외까지 늘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제주도 보건당국은 미국에서 귀국 후 '코로나19' 잠복기 기간에 제주에 온 부분과 입도 직후 증상이 발현됐지만 여행일정을 강행한 부분, 선별진료소에서 진단을 받지 않은 점에 대해 "최악의 상황을 만들었다"고 지적하면서 2차 감염을 우려했다.

제주에서는 현재까지 7명의 확진자가 나왔고, 이들 가운데 4명은 완치돼 퇴원했다. 나머지 3명은 병원에 입원해 치료중에 있다. 이들로 인한 2차 감염은 아직 보고되지 않았다.

A씨의 사례가 알려지자 제주사회는 실망을 넘어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 도민들은 관광객 입도제한을 요구하고 있다.

이날 오전에만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제주도 입도 제한을 해서 제주도민을 지켜주세요' '청정제주 지켜주세요'라며 제주도 입도를 제한해 달라는 청원 2건이 올라왔다.

제주도청 홈페이지 '제주자치도에 바란다' 란에도 '제주입도를 제한해달라'는 요구의 글이 여러 건 게시됐다. 제주에서 '코로나19' 확진사례가 대부분 도외 또는 해외 유입으로 인한 것이기 때문이다.

도민들은 "제주는 피난처가 아니다"며 "그동안 제주가 상대적으로 코로나19 청정지역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제주도민들이) 소소한 일상까지 희생을 감수해 왔기 때문"이라며 불필요한 입도를 막아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확진자 방문시설과 영업장들은 애꿎은 날벼락을 맞고 있다.

확진자가 방문한 사실이 확인되면 곧바로 방역소독을 하고 임시폐쇄를 해야 하기 때문에 손실이 큰 상황이다. 심지어 제주시 도심의 한 마트는 두 차례나 문을 닫아야 했다.

확진자가 방문한 시설은 임시폐쇄가 풀려도 일반 도민들의 방문이 눈에 띄게 줄어들어 2차 피해를 입고 있는 실정이다.

원희룡 제주지사도 이날 오전 '코로나19 브리핑'에서 A씨에 대해 "(코로나19) 유사증상이 있는데 굳이 제주 여행을 와야했느냐" "이런 관광객은 필요없다" "14일도 못참느냐" "참담하다" "이기적인 자기 즐기기" 등 강경 발언을 쏟아냈다.
저작권자 © 뉴스1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