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과 미국에 이어 입국 검역을 강화해야 할 지역으로 동남아시아가 지목되고 있다. 현지 정부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진단능력과 확진자 발표 통계를 신뢰하기 어려워 위험도가 낮게 평가되고 있다는 게 감염병 전문가들 분석이다.

현재 신규 일일 확진자 중 해외유입 사례가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만큼 유럽과 미국 다음으로 동남아발 입국자 검역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

◇인구 1억명 베트남 확진자 한국 1.6%…태국 등 5개국 예의주시
27일 미국 존스홉킨스 대학교 통계에 따르면 한국시간으로 이날 오후 5시 기준 동남아 5개국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말레이시아 1796명, 태국 1045명, 인도네시아 790명, 필리핀 636명, 베트남 148명 순이었다.

이들 국가 모두 확진자 수 기준으로 전세계 20위권 밖에 머물러 있다. 특히 인구가 약 1억명에 달하는 베트남은 우리나라 누적 확진자 수 9241명의 1.6% 수준에 불과하다.

동남아 국가는 무더운 아열대 기후로 우리나라에 비해 코로나19 바이러스가 확산되기 어려운 환경을 갖췄다. 하지만 확진자 수가 적은 것은 기후보다는 진단능력이 부족하고 코로나19에 대한 경각심이 부족한 게 실질적인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이런 사정을 고려할 때 동남아 국가의 실제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공식 통계보다 최소 3~4배 이상 많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동남아발 입국자 중 확진 사례가 증가하는 것도 위험신호다. 동남아발 국내 입국 확진자는 올해 6주차 3명, 8주차 3명, 9주차 2명, 11주차 4명, 12주차 14명, 13주차 때는 8명이었다. 최근 들어 부쩍 확진자가 많아졌다.

확진자가 나온 지역도 태국과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베트남, 캄보디아, 필리핀 등 우리나라 여행객들이 자주 방문하는 국가이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동남아 국가 중 인구가 많고 우리나라와 교류가 많은 필리핀과 베트남, 태국,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 5개국의 코로나19 유행 상황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며 "유럽과 미국에 이어 세 번째로 해외입국 위험요소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검사에만 6시간, 최장 하루…"앞으론 검사시간 단축도 과제"
향후 동남아발 입국자 검역 절차를 유럽 수준으로 높이려면 검사 물량을 확보하는 것 외에 검사 시간을 단축하는 대책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우리나라는 하루에 1만~1만5000건의 코로나19 검사 물량을 소화하고 있다. 최대치로 2만건까지 검사가 가능하다.

하지만 전국에서 산발적인 소규모 집단감염이 발생하고 있고, 특정 지역과 집단에 대한 전수검사가 이뤄지는 점, 유럽과 미국발 입국자 규모가 하루에 4000여명 안팎인 점을 고려할 때 동남아발 입국자 대상 검사 물량을 확보하는 게 쉽지 않은 상황이다.

실제 방역당국은 미국 내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는데도, 미국발 입국자 중 내국인과 장기체류 외국인은 14일 동안 자가격리로 지내다가 의심증상이 나올 때만 검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유럽발 입국자와 달리 달리 전수검사를 진행하지 않는 것이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홍보관리반장도 브리핑에서 "검사 총량 여력도 고려해야 한다"며 "(지금은) 위험 순위가 높은 집단을 중심으로 진단검사를 집중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김우주 교수는 "가장 확실한 공항 검역은 모든 국가에서 오는 입국자를 즉시 검사하는 것이지만, 진단키트와 시약, 격리시설 여건을 고려하면 쉽지 않아 보인다"며 "앞으로의 문제는 검사 물량 확보 못지않게 속도를 줄이는데 달렸다"고 전망했다.

국내 코로나19 검사는 순수 6시간 내외가 걸리고, 국내 입국자가 격리시설로 이동하고 검체를 채취하는 시간, 결과를 기다리는 시간까지 포함하면 최장 1일까지 걸릴 수 있다.

정부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인천공항 옥외공간에 개방형 선별진료소 '오픈 워킹스루(이하 워킹스루, Open Walking Thru)' 부스를 총 16개 설치해 운영 중이지만, 검체를 채취하는 시간만 줄일 뿐이어서 근본적인 대책으로 보기 어렵다.

김우주 교수는 "미국에서는 45분 만에 코로나19 감염을 확인하는 진단키트가 허가를 받았고 국내에서도 검사 시간을 줄이는 제품이 개발되거나 허가를 기다리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지금은 해외유입을 막는데 의료자원을 집중할 시기"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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