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이 타면 어디서 오셨냐고 물어보기도 하죠.”

27일 오전 제주국제공항 택시승강장. 오십여 대의 택시가 줄지어 승객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날 택시기사들은 어디서 출발해 제주로 왔을지 모를 손님을 가장 먼저 마주해야 한다는 사실에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제주에서 발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들은 모두 해외를 방문했거나 대구·경북을 다녀온 후 제주로 들어와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 가운데 지난 24, 25일 잇따라 발생한 다섯 번째, 여섯 번째, 일곱 번째 확진자는 제주에 도착한 직후 공항에서 시내로 이동할 때 택시를 이용했다.

매일 공항으로 출근하는 50대 택시기사 이모씨는 불안한 마음에 승객에게 어디서 왔는지 종종 물어본다고 했다.

이씨는 “아무래도 해외에서 왔다고 하면 겁부터 나는 게 솔직한 마음”이라며 “이동 중에 창문도 열고 갖고 다니는 소독약을 뿌리기도 한다”고 말했다.

또 “그렇다고 공항에 오지 않을 수도 없다”며 “코로나19 사태 이후 시내에서는 승객 태우기가 쉽지 않아 생계를 위해 어쩔 수 없다”고 토로했다.

다른 택시기사 강모씨(64)는 “손님한테 어디서 왔냐고 물어보고 싶기도 하지만 조심스럽다”며 “상대방이 자신을 의심하는 걸로 생각하고 싫어할 수도 있지 않느냐. 대신 소독약을 뿌리며 조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씨 역시 코로나19 사태로 힘들어진 상황을 전했다.

그는 “공항에 오지 않고 시내를 돌아다니는 날엔 아예 손님을 못 만날 때도 있다”며 “그런 날은 아예 마음을 비우고 오전에 운전대를 놓고 취미활동을 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보건당국의 적극적인 조치를 요구하는 택시기사도 있었다.

김모씨(70)는 “제주공항이야말로 도내에서 가장 감염병에 취약한 곳”이라며 “보건당국은 승강장에서 택시들이 승객을 태우기 전 차량마다 내부 방역을 해줬으면 한다”고 요구했다.

이어 “택시는 좁은 공간이다 보니 위험할 수밖에 없다”며 “구하기 쉽지도 않은 마스크를 쓰고 다녀도 집으로 돌아가면 손주들도 있는데 매우 불안하다”고 우려했다.

한편 제주에서는 27일 현재까지 총 7명의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왔다. 이 중 4명은 완치 판정을 받고 격리조치가 해제됐다.

지난 24, 25일 확진 판정을 받은 A씨(23·여), 미국인 B씨(33), 유럽 유학생C씨(26·여)는 제주대학교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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