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대 국회의원 선거를 10여 일 앞두고 원희룡 제주도지사와 더불어민주당 소속 제주도의회 의원들이 재난기본소득 도입 여부를 놓고 대립하고 있다.

원 지사는 27일 오전 제주도청 기자실에서 열린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정례 브리핑에서 '제주형 재난긴급생활지원금 집행 계획'을 발표했다.

재원이 한정돼 있는 만큼 모든 제주도민을 대상으로 한 재난기본소득이 아닌 당장 지원이 시급한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한 '핀셋(Pincette) 지원' 방식으로 재난긴급생활비를 단계적으로 지원한다는 내용이다.

우선 1단계 지원 대상은 Δ비정규직 근로자 등 실업급여 비대상자를 포함한 실직자 Δ특수 고용 근로자 Δ택시·전세버스 기사 Δ관광 가이드 등 프리랜서 Δ자영업자·소상공인 등이다. 이들에게는 최대 100만원 안팎의 지원금이 지급된다.

원 지사는 이 1단계 지원 대상과 관련해 "기존의 공공복지제도에서 보호받지 못하고 현행 각종 융자지원제도에서도 소외돼 있는 분들"이라며 "이 분들의 가정과 일자리를 지킬 수 있는 지원 대책이 가장 시급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조만간 관계 전문가와 현장 대표기관 간 협의를 통해 심의 기구를 구성한 뒤 긴급한 지원이 필요한 직업군을 특정해 추가 구제를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원 지사는 "이달 말까지 협상이 진행될 정부의 국비 지원과 내부 재원 검토 등으로 4월 초에는 지원방안을 확정하겠다"며 "수백억원의 재원이 필요할 것으로 보이지만 채무를 발행하지 않더라도 동원할 수 있는 예산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이에 민주당 소속 도의회 의원들은 반기를 들며 원 지사에게 1인당 10만원의 재난기본소득 도입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을 조속히 편성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박원철 원내대표(제주시 한림읍)를 비롯한 도의회 민주당 의원 27명 전원은 27일 도의회 의사당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원 지사는 제주도민들이 처한 생존의 문제를 직시해야 한다"며 이 같은 입장을 밝혔다.

이들은 "최근 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통해 연령과 소득 구분 없이 모든 도민에게 일정 기간 생활비를 지급하는 재난기본소득을 도입할 것을 강력 요청했으나 도정은 선별·차등 지원을 전제로 시간만 끌고 있어 분노를 금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들은 특히 "2020년 2월 기준 주민등록인구상 도민은 67만 명으로 두 달간 1인당 10만원의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할 경우 1340억원이 소요되는데 이는 현재 도의 재정역량상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 지사가 도의회의 재난기본소득 도입 요청을) 수용하지 않는 것은 다른 정치적 판단에 의한 것은 아닌지 합리적인 의심을 금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이들은 "지금은 재난기본소득을 최대한 빠르게 집행하는 것이 매우 필요한 시기"라며 "원 지사는 재난기본소득 도입을 적극 검토해 이를 반영한 추가경정예산안을 조속히 도의회에 제출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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