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를 방문한 모녀 확진자를 두둔하는 듯한 기자회견을 한 이후 거센 비난 여론이 일자, 정순균 서울 강남구청장이 결국 고개를 숙였다.

정 구청장은 29일 오후 입장문을 통해 "저의 발언이 진의와 전혀 다르게 논란이 되고, 코로나19 확산방지에 함께하고 고생하는 제주도민을 비롯한 국민과 강남구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드린데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그는 "그동안 보내주신 여러분의 말씀과 지적을 코로나19 확산방지에 더 철저히 임하라는 채찍으로 알고, 심기일전해서 강남구민들의 건강안전을 지키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이어 "이번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국민 여러분들이 고통과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잘 알고 있다"며 "강남구청장으로서 이러한 고통과 어려움을 조금이라도 덜어드리기 위해 해외입국자 유입이 가장 많은 강남구에서의 코로나19 확산방지와 예방에 혼신의 노력을 다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앞서 정 구청장은 지난 27일 제주도를 여행한 모녀 확진자를 옹호하는 듯한 입장을 낸 뒤 여론의 후폭풍에 시달렸다. 강남구 홈페이지와 공식 SNS 등에서 정 구청장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이날 오전 강남구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는 27일 정 구청장의 기자회견 이후 올라온 관련 게시물이 400개에 달하며, 대부분 정 구청장을 비판하는 내용이었다.

또 구 공식 페이스북에 게시된 구의 입장을 실은 글에는 900여개의 댓글이 달렸는데 여기도 대부분 정 구청장을 비판하는 내용이다.

정 구청장은 당시 기자회견에서 "제주도의 고충이나 도민들이 입은 피해에 대해서는 안타까운 마음을 갖고 있지만 이들 모녀도 코로나19 발생의 선의의 피해자"라며 "제주도의 손배소 제기 방침이 알려지면서 치료에 전념해야 할 이들 모녀가 사실상 정신적 패닉 상태에 빠져 있다"고 밝혔다.

또 "이들 모녀가 스스로 자가격리에 들어갔으면 바람직하지 않았느냐는 아쉬움은 있다"며 "그러나 현재 비난이나 제주도의 손배소 제기 등은 이들 모녀가 겪은 상황이나 제주의 상황에서 볼 때 오해나 이해 부족에서 따른 것 아니냐는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실제 유럽 입국자에 대해 특별입국 절차가 진행된 게 지난 22일부터"라며 "강남구에서 최초로 미국 유학생 확진자가 나온 게 23일이다. 강남구에서는 24일부터 재난문자를 통해 관내 미국 유학생들에게 스스로 14일간 자가격리해 줄 것을 당부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 모녀가 중소기업벤처기업부 전 차관의 가족이라는 낭설이 퍼진데 대해 이날 중기부는 법적대응 방침을 밝혔다.

최근 SNS와 일부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미국 유학생 모녀가 정부 관련 인사라는 소문이 빠르게 퍼졌다. 중앙부처 국장급 공무원의 가족이라는 소문이 급기야 A 중기부 전 차관의 가족으로 특정됐다.

최근 물러난 전직 차관에 대한 무차별적 허위사실 유포가 위험 수위에 이르자 중기부는 적극대응 방침으로 선회했다.

중기부는 이날 "SNS 등에서 언급된 '제주여행 다녀온 코로나19 확진 모녀'의 전 중기부 차관 가족설은 허위"라며 "(전 차관 측에서) 해당 게시글에 대해서는 법적 조치를 강구 중"이라고 밝혔다.

소문의 주인공인 전 차관 역시 명예훼손 고발 등 강력한 대응방침을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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