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대 국회의원 선거를 10여 일 앞두고 제주시 갑·을 선거구 미래통합당 후보들이 연일 거리에서 큰절로 사죄하는 '읍소작전'을 펼치고 있다.

제주시 갑 선거구 통합당 장성철 후보는 31일 오전 제주시 노형오거리에서 부인 이애숙씨와 함께 거리인사를 했다. 각자 발 밑에 종이박스 한 장을 깔고 선 이들은 말 없이 머리를 조아리며 큰절을 한 뒤 무릎을 꿇고 앉아 있기를 반복했다.

그렇게 한 시간 가까이 진행된 장 후보 부부의 거리인사는 장 후보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실시간으로 중계됐다. 댓글창에는 "멀리서 응원합니다", "오늘도 화이팅입니다" 등 지지자들의 응원이 잇따랐다.

지난주부터 같은 곳에서 거리인사를 하고 있는 장 후보는 SNS에서 "그동안 지역활동을 하며 본의 아니게 제 말과 행동으로 상처를 받으신 분들께 진심 어린 용서를 구한다"며 "이번 선거에서 기회를 주실 것을 간절히 호소한다"고 그 배경을 밝혔다.

제주시 을 선거구 부상일 후보 역시 전날 오후 제주시 구좌읍 세화민속오일시장을 찾아 맨바닥에 이마와 두 손을 갖다 대며 연신 큰절을 했다.

앞서 부 후보는 지난 27일 제주도 선거관리위원회에서 후보 등록을 마친 뒤 도 선관위 앞에서도 큰절을 했었다. 이 뿐일까. 지난주에는 자신의 이름이 적힌 커다란 패널을 등 뒤로 걸고 장 후보처럼 거리에서도 연신 큰절을 올렸었다.

부 후보는 연일 이 같은 자신의 모습을 SNS에 공유하며 '석고대죄'라는 표현까지 쓰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2008년, 2012년, 2016년에 이어 이번이 네 번째 총선 도전인 탓이다.

그는 "석고대죄를 하는 이유는 첫째, 저를 지지해 주는 분들이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당선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고, 둘째, 선거를 도와준 모든 분들에게 고마움을 다 전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를 보는 시선은 마냥 곱지 만은 않다.

현장에서 만난 한 시민은 "제주에서 저렇게까지 하는 후보들은 보지 못했는데 전국적으로 보수 후보들이 저러는 게 하루이틀이 아니잖느냐"며 "당선되고 싶은 간절한 마음은 이해해도 선거를 코 앞에 두고 저러는 건 이해할 수 없다"고 손가락질했다.

SNS상에서는 '절하지 말고 잘 하라' 등의 비아냥도 나온다.

제주시 갑 선거구에 송재호 후보, 제주시 을 선거구에 오영훈 후보를 낸 더불어민주당도 쓴소리를 내고 있다.

민주당 제주 미래준비 선거대책위원회 공동선대부위원장인 홍명환 도의회 의원(제주시 이도2동 갑)은 자신의 SNS에서 두 후보의 모습에 대해 "정치쇼"라고 했다.

홍 의원은 "이미 우리 사회는 과거의 사회적 경험으로 쓰라리고 비싼 학습을 한 상태"라며 "감성을 자극하는 한순간의 쇼 정치가 통하던 시대로 돌아갈 사회가 아니라는 거다. 그리고 결코 돌아가서도 안 된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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