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는 제주 4·3 사건 제72주년을 맞은 3일 제주를 방문해 추념식에 참석한 후 영모원을 참배했다.

제주시 애월읍에 위치한 영모원은 4·3 희생자와 군·경 희생자 신위를 함께 안치해 위령제를 지내는 곳으로, 화해와 상생의 상징적 장소다.

위령단에 참배한 문 대통령 내외는 대한민국의 독립을 위해 평생을 헌신한 100위를 모신 위국절사 영현비와 국가의 부름을 받고 6·25 전쟁과 베트남 전쟁에서 목숨을 잃은 호국영령 47위를 모신 호국영령 충의비, 4·3 희생자 위령비를 차례로 방문했다.

4·3 희생자 위령비에서 문 대통령은 지난 2013년 제주 4·3 유족회와 경우회가 화해 선언을 한 것에 대해 "함께 손을 잡았다니, 또 그 손을 맞잡아 주신 희생자 유족들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약 10분간 영모원을 참배하고 추모한 문 대통령은 장소를 이동하며 "4·3 추념식을 마치면 유족들 또는 생존 희생자들과 함께 점심이라도 같이 하면 좋은데, 지금 선거를 앞둔 시기여서 또 자칫 잘못하면 그게 오해도 있을 수 있고 그래서 오늘은 추념식만 하고 참배하는 것으로 일정을 마치려고 한다"라며 "유족분들께 잘 말씀해 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에 송승문 4·3 희생자유족회장은 건의사항이 있다며 "4·3 특별법이 시급하다. 20대 국회가 어려우니 21대 국회에서 대통령님 임기 내에 꼭 통과시켜달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정부에서 주는 보상도 중요하지만 명예회복이 가장 중요하고 시급하다"라며 "빨갱이 폭동 누명을 풀고 돌아가시게 하는 것은 우리 후손들이 할 일"이라고 호소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추미애 장관이 4·3에 대해서는 남다른 관심을 가지고 있으니 잘 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고 답했다.

문 대통령은 특히 4·3 희생자 위령비 뒷면에 쓰인 비문을 유심히 읽었다.

문 대통령은 이후 자신의 SNS에 "2003년에 위국절사 영현비, 호국영령 충의비, 4·3희생자 위령비 3개의 비석이 함께 제막됐는데, 그 비석들 뒷면에 감동적인 글들이 새겨져 있다"며 글을 남겼다.

문 대통령은 "4·3희생자 위령비의 뒷면 비문이 특히 가슴을 울리는데, 이런 구절이 있다"라며 '지난 세월을 돌아보면 모두가 희생자이기에 모두가 용서한다는 뜻으로 모두가 함께 이 빗돌을 세우나니 죽은 이는 부디 눈을 감고 산 자들은 서로 손을 잡으라'는 구절을 소개했다.

문 대통령은 "이것이 4·3의 정신일 것"이라며 "언제 한번 들를 기회가 있다면 전문을 읽어보시기 바란다"고 적었다.

이날 영모원 참배에는 원희룡 제주지사와 송승문 회장, 양공택 하귀1리 이장, 홍성효 하귀1리 발전협의회장, 강순민 하귀2리 발전협의회장, 현창하 전 경우회장이 참석했다. 정부에서는 추미애 장관이, 청와대에서는 강기정 정무수석과 김거성 시민사회수석 등 최소한의 수행단이 자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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