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5 제21대 국회의원 선거를 일주일 앞둔 제주 선거판은 '총성 없는 전쟁' 중이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강도 높은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조되고 있는 만큼 조용한 선거운동이 이어지고 있지만 실제로는 정당·후보 간 물어뜯기와 고발이 난무하는 진흙탕 싸움이 이어지고 있는 탓이다.
특히 이 같은 분위기는 사전투표일이 끼어 있는 이번 주 초부터 미래통합당 주도로 조성되고 있다.
길게는 20년, 짧게는 16년간 제주 3개 의석을 싹쓸이해 온 더불어민주당과의 대결에서 확실한 우위를 점하지 못하고 있는 현 상황을 역전시키려는 전략으로 보인다.
◇지루한 제주4·3특별법 책임 공방에 '엄지척' 신경전도
민주당과 통합당 제주 선거대책위원회는 지난달 말부터 '제주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제주4·3특별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놓고 지루한 네 탓 공방을 벌이고 있다.
이는 민주당 소속 제주 국회의원인 강창일·오영훈·위성곤 의원 등이 각각 대표발의한 제주4·3특별법 개정안들이 2년 넘게 국회에 계류 중인 탓이다.
각 개정안에는 배·보상과 불법 군사재판 무효화, 왜곡 금지 등 무게감 있는 내용들이 다수 포함돼 있지만 이번 20대 국회에서 처리되지 못하면 자동 폐기된다.
현재 통합당은 "무능력한 집권 여당의 직무유기"라며 '민주당 책임론'을 부각하고 있고, 민주당은 통합당이 비례대표용 자매정당인 미래한국당 비례대표 7번에 제주4·3 폄훼 발언을 했었던 정경희 전 국사편찬위원회 위원을 배정한 사실을 꼬집으며 "제주4·3을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다"고 반격하고 있다.
이 같은 공방은 제주4·3희생자추념일이 다가오면서 여야 합의 분위기로 이어지는 듯 했으나 추념일 당일인 3일 오후 통합당이 사진 한 장을 공개하면서 어그러졌다.
사진에는 추념일 전날인 2일 민주당 후보자들이 제주4·3평화공원 위령제단 앞에서 엄지 손가락을 든 이른바 '엄지 척' 포즈를 취하고 있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
결국 추념일 당일 통합당은 "한심한 추태에 경악을 금하지 않을 수 없다", 민주당은 사과를 하면서도 통합당을 향해 "저질스럽고 흑백선전에만 눈이 먼 행태"라고 서로 비난하며 빈축을 샀다.
◇제주시 갑·을 민주 후보 때리기…서귀포시는 고발전
격전지인 제주시 갑 선거구에서는 '민주당 송재호 후보 때리기'가 계속되고 있다.
공약이나 비전이 아닌 민주당 지도부의 내려찍기식 전략 공천과 TV토론회 과정에서 돌출된 송 후보의 막말("평화와 인권이 밥 먹여주느냐"), 송 후보의 부친인 고(故) 송방식씨의 제주4·3 당시 행적 등이 쟁점이 되고 있다.
여기에는 통합당 장성철 후보와 전략공천에 반발해 민주당에서 탈당한 무소속 박희수 후보가 주도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들은 연일 자질론을 거론하며 송 후보의 자진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4년 만의 재대결이 펼쳐지고 있는 제주시 을 선거구에서는 재도전에 나선 통합당 부상일 후보가 민주당 오영훈 후보를 상대로 각종 의혹을 제기하며 맹폭하고 있다.
경영학 석사 학위 논문 표절 의혹을 비롯해 2019년 태풍 '링링' 내습 당시 와인파티 의혹, 처조카 보좌관 채용 의혹 등에 대해 오 후보는 "저열한 네거티브성 흑색 선전에 개탄을 금치 못한다"며 "법적·도덕적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서귀포시 선거구에서는 이미 민주당 위성곤 후보가 고발당한 상태다. 미래통합당 제주도당은 지난 6일 명예훼손 혐의 등으로 위 후보를 검찰에 고발했다.
통합당은 위 후보가 지난달 8일 민주당 제주 선대위 발대식에서 제주4·3특별법 개정안 처리가 지연되고 있는 데 대해 "말로는 처리해 주겠다는 통합당의 반대 때문에 아직도 개정되지 못하고 있다"고 발언한 점을 문제삼고 있다.
이 뿐 아니라 제주도의회 의원 재·보궐 선거 서귀포시 대정읍 선거구에서도 후보 고발이 이뤄졌다. 무소속 양병우 후보는 지난 6일 서귀포시 선관위에 가족회사 일감 몰아주기 의혹을 제기한 민주당 박정규 후보를 고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