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20대 총선에서 주요 변수가 됐던 이주민 표심이 21대 총선을 앞두고 다시 조명받고 있다.

늘어나는 이주민은 기존 제주지역 선거 특성인 '궨당(혈연이나 학연, 지연 등을 일컫는 제주어)' 중심의 선거가 정책으로 무게를 옮기는 신호탄이 됐다는 의견도 있다.

이주민은 고향도 다르고 학교도 다르니 기존에 초중고 동창회나 마을 자생단체 등을 중심으로 한 "누구의 친척, 누구와 같은 학교"식의 전략이 통하지 않아서다.

특히 이주민 표심은 더불어민주당 오영훈 후보와 미래통합당 부상일 후보가 재대결을 벌이는 '제주시 을'에서 더욱 주목받는다.

4년 전 총선에서 서귀포 태생이자 출마 선거구에서 학교도 다니지도 않은 오 후보가 동부지역인 '제주시 을'에서 당선된 것이다. 그 원인 중 하나가 학연이나 지연 등에 얽매이지 않는 이주민들의 지지를 받아서라는 분석이 나왔다.

◇'이상향에서 현실된 제주' 이주민 표심 달라졌을까
그러나 4년 전과 비교해 이주민 또는 이주를 희망했던 사람들이 제주를 바라보는 시각은 차이가 있다는 평가다.

4년 전은 이주민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시기였다면 지금은 감소세로 돌아서 '제주살이' 열기가 식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4년 전 이주민들에게 제주는 낯설지만 희망에 찬 제2의 고향이었겠지만 지금은 정착 단계에 이르러 좀 더 현실적인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달라진 이주민의 시선은 투표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각 후보진영은 단순한 '이주민 챙기기'를 넘어 이주열풍이 시들해진 원인 분석을 통해 안정적인 이주민 정착 지원을 비롯해 원주민과 어떻게 융합할지 등을 아우른 정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2019년 호남·제주 국내인구이동 현황 및 분석'을 보면 지난해 제주 순유입 인구수는 2900명으로 전년도 대비 67% 급감하면서 2011년 이후 8년 만에 처음으로 2000명대로 떨어졌다.

타 시도에서 제주로 전입한 수는 3만5000명, 타 시도로 옮겨간 전출자 수는 3만2000명이다. 제주를 찾는 이주민도 줄었지만 제주를 떠나는 도민도 많아졌다는 의미다.

부족한 일자리와 폭등한 부동산 가격 등이 제주 이주를 망설이게 하는 이유로 꼽힌다.

한국은행 제주본부는 지난해 5월 발표한 '인구유입 변동이 제주지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통해 관광·건설업 등 주력산업 부진으로 지역경기가 둔화되고 타 지역 기업의 도내 이전이 저조해 지역 내 소득창출·취업기회가 감소해 순유입 인구가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또 부동산 가격과 생활물가 상승으로 정주여건이 악화됐고 도민사회에서 인구유입에 부정적인 인식이 확산된 점도 원인으로 꼽았다.

한국은행 제주본부는 인구 순유입 규모 감소가 향후 제주지역 성장의 손실위험을 높인다고 우려했다.
 

제주 이주민들이 지역사회와 융합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조사도 있다.

제주도의 '2019년 사회조사'를 보면 거주기간 10년 미만 도민의 56.3%가 제주 생활에 적응됐다고 응답했으나 '적응 안됨' 응답은 12.5%로 2018년(8.4%) 대비 4.1%p 증가했다.

이주민들은 '제주생활에 적응되지 않은 이유'로 '언어, 관습 등 지역문화(33.6%)'를 가장 많이 꼽았다. '지역주민과의 관계'를 택한 응답도 23.4%나 됐다.

4년 동안 이주민과 원주민의 융합을 위한 정책이나 노력이 별다른 진전이 없었다고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제주시 을'에서 재대결을 벌이는 오영훈 후보와 부상일 후보도 이주민 표심 공략에 힘을 쏟고 있다.

두 후보 모두 일자리 등 이주민들의 안정적인 정착 지원에 주안점을 뒀다.

오 후보측은 지역, 문화, 출신지역, 학력 등으로 취업, 진학, 고용에서 차별받지 않는 법률안을 마련하는 한편 청년몰 조성 등 도심재생사업으로 취업·고용·창업의 기회를 늘린다는 구상이다.

부 후보측은 이주민들이 원하는 제주다움을 지킬 수 있는 지속가능한 환경정책과 함께 주거와 일자리를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는 '일자리·주거연결센터'를 마련하겠다고 공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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