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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꽃은 내년에도 핀다"…새로운 봄 기약하며 쓰러진 제주 유채꽃
  • (서귀포=뉴스1) 오현지 기자
  • 승인 2020.04.08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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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오전 제주 서귀포시 관계자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도 상춘객 발길이 끊이지 않자 트랙터를 동원해 가시리 녹산로 일대 유채꽃밭을 갈아엎고 있다.2020.4.8 /뉴스1 © News1 오현지 기자
동이 튼 지 얼마 안 된 8일 오전 제주 서귀포시 표선면 가시리의 녹산로.

이른 아침 시골 마을의 고요함을 깨고 덜덜거리는 트랙터 소음이 끝없이 이어졌다.

트랙터가 지나간 자리마다 노란빛을 내며 화사하게 피어있던 유채꽃들이 쓰러져 차곡차곡 꽃더미를 이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도 끊이지 않는 상춘객들을 막을 마지막 수는 꽃밭을 없애는 일이었다.

서귀포시는 지난 7일 정부 차원의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 연장조치에 발맞춰 녹산로 일대의 유채꽃을 조기파쇄하기로 결정, 이날 제거작업에 돌입했다.

파쇄작업은 차량통행과 안전을 고려해 인적이 드문 오전 6시부터 시작됐다.

제주유채꽃축제가 진행되는 유채꽃광장의 규모만 9.5㏊(95000㎡). 상암 월드컵경기장 축구장(9292㎡)의 10배가 넘는 크기다.

이에 더해 10km에 이르는 길가를 따라 식재돼 있는 유채꽃 역시 모두 파쇄대상이다보니 트랙터 4대를 동원한 파쇄 시간만 10시간 가까이 소요될 전망이다.

8일 오전 제주 서귀포시 관계자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도 상춘객 발길이 끊이지 않자 트랙터를 동원해 가시리 녹산로 일대 유채꽃밭을 갈아엎고 있다.2020.4.8 /뉴스1 © News1 오현지 기자
작업을 시작하고 3시간 여가 지나자 길가에 빽빽하게 솟아있던 유채꽃들은 거의 정리돼 휑한 풍경만 남았다.

도로 파쇄가 끝난 후엔 3만평에 이르는 광장 내 유채꽃 제거 작업이 시작됐다. 트랙터 4대가 줄이어 움직이자 순식간에 광장 한복판이 황량한 풀밭으로 변했다.

파쇄 소식을 듣지 못하고 봄을 즐기러 온 상춘객들은 남은 유채꽃을 연신 카메라에 담으며 아쉬움을 달랬다.

녹산로 유채꽃 파쇄는 광장 복원을 위해 매년 4월 말에서 5월 중순 사이 해오던 일이지만, 시들지 않은 생생한 꽃들을 갈아엎는 건 처음 있는 일이다.

8일 오전 제주 서귀포시 관계자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도 상춘객 발길이 끊이지 않자 트랙터를 동원해 가시리 녹산로 일대 유채꽃밭을 갈아엎고 있다.2020.4.8 /뉴스1 © News1 오현지 기자
앞서 가시리마을회는 벚꽃과 유채꽃이 만개하며 몰려드는 상춘객들에 의한 코로나19 지역 전파를 우려해 서귀포시에 유채꽃 조기파쇄를 건의했다.

하지만 녹산로 유채꽃밭은 서귀포시를 넘어 제주도의 대표적인 관광자원으로 이른 파쇄를 두고 마을회와 시는 고심을 거듭해왔다.

특히 서귀포시는 유채꽃 개화에 맞춰 관람객 안전을 위해 손소독제를 비치하고, 수시로 방역 작업을 벌여왔지만 확산하는 코로나19 감염 우려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날 파쇄 현장을 찾은 양윤경 서귀포시장은 "가시리 마을에 노인분들이 많아 코로나19 우려가 컸고, 거리두기 방침이 2주간 연기되며 이렇게 파쇄작업을 진행하게 됐다"며 "광장에는 코스모스를 파종해 가을 꽃 축제 준비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연간 16만명이 찾는 제주유채꽃축제가 열리는 가시리 녹산로는 만개한 벚꽃과 유채꽃을 한 번에 즐길 수 있어 봄이면 상춘객들의 방문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10km에 걸친 도로는 제주 최고의 드라이브 코스로 꼽히며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서귀포=뉴스1) 오현지 기자  ohoh@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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