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대 국회의원 선거와 제주도의회 의원 재·보궐 선거 사전투표 첫 날인 10일 오전 6시 제주도의회 의원회관.

제주시 연동 사전투표소가 마련된 이 곳을 가장 먼저 찾은 유권자는 이 지역 주민인 고모씨(71)·문모씨(71) 부부다.

마스크를 쓰고 일찍이 집을 나선 이 부부는 발열 검사를 받고 소독제로 손을 꼼꼼하게 소독한 뒤 일회용 비닐장갑을 끼고 나서야 투표소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이후 본인 확인 절차에 따라 잠깐 마스크를 잠깐 내리기도 했던 이들은 곧바로 마스크를 고쳐 쓴 뒤 다른 유권자들과 1m 이상 거리를 두며 가뿐히 투표를 마쳤다.

자영업자인 고씨는 "일이 바빠 항상 1번으로 투표하는데 이번엔 청결에 신경쓰느라 더 일찍 일어나 준비했다"면서 "이번 선거는 첫째도 경제, 둘째도 경제, 셋째도 경제 아니겠느냐. 가장 마음에 드는 공약을 내건 후보에게 표를 던졌다"고 했다.
 

뒤이어 많은 유권자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지만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예년에 비해 관광객은 다소 줄어든 모습이다.

사전투표소가 마련된 이 곳 제주도의회의 경우 제주국제공항과 불과 2㎞ 거리에 있는 데다 주변에 호텔이 밀집돼 있어 사전투표 때마다 가벼운 차림에 선글라스를 끼거나 여행용 가방을 끌고 오는 관광객들이 단골 손님이었다.

사전투표소 한 관계자는 "최종 사전투표 결과가 나와 봐야 알겠지만 현재까지 분위기로는 예전보다 도외에 거주하는 유권자들이 적은 편"이라며 "요즘 관광객 수 자체가 적은 데다 사전투표를 꺼리는 이들도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실제 사전투표소 앞에서 만난 나홀로 관광객 허모씨(21·경남)는 "제주에서 투표하다가 민폐 관광객이 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에 사전투표를 할까 말까 고민했다"면서 "그래도 투표는 하는 게 맞다고 생각이 들어 지나가는 길에 들르게 됐다"고 했다.
 

대체로 한산한 분위기 속 제주 곳곳에서는 아침부터 시간을 쪼개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려는 유권자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제주 이주 5년차인 제주시 연동 주민 김모씨(52)는 20대인 두 아들과 함께 제주시 연동 사전투표소를 찾아 투표했다. 김씨 가족은 "제주에 오면서 관심을 갖게 된 제주4·3을 잘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은 후보에 한 표를 던졌다"고 목소리를 모았다.

제주시 노형동 주민인 문모씨(76)는 생애 처음으로 사전투표에 참여했다고 했다. 그는 "오늘 시간이 널널해 미리 투표하러 왔다"면서 "코로나19 분위기가 있어서 그런지 다들 마스크, 비닐장갑을 끼고 있는데 잘 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해병대 장병들도 적극적으로 사전투표에 참여하고 있다. 이들은 이날 오전 네 차례에 걸쳐 제주시 사전투표소 곳곳에서 한 표를 행사한다는 계획이다.

제주시 연동 사전투표소가 마련된 제주도의회의 경우 제주도청과 제주지방경찰청, 제주도교육청 등 공공기관과 인접해 있어 출근시간 전후 많은 공무원들이 몰리며 활기를 띠기도 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이날 낮 12시 현재 제주지역 사전투표율은 4.79%로 나타났다. 같은 시간대 역대 가장 높은 투표율이다.

15일 선거 당일 투표가 어려운 유권자는 11일 오후 6시까지 별도 신고 없이 전국의 어느 사전투표소에서나 투표할 수 있다.

투표하러 갈 때는 본인의 주민등록증이나 여권, 운전면허증 등 관공서 또는 공공기관이 발행한 사진이 붙어 있는 신분증을 갖고 가야 한다. 투표소 위치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제주도 선거관리위원회는 유권자가 안심하고 투표할 수 있도록 전날에 이어 이날 투표 마감 후 모든 사전투표소에서 방역작업을 실시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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