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봄은 왜 이리 화창하고 공기마저 깨끗할까. 지난 일요일 서울 둘레길 우면산 코스를 걸었다. 멀리 북한산과 도봉산이 또렷이 눈에 들어왔다. 지난해 봄에는 미세먼지가 공기를 가득 채워 남산 타워를 선명히 볼 수 있는 날이 드물었는데 말이다. 이게 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공장과 자동차를 스톱시킨 덕택이라면 얼마나 역설적인가.

지하철과 거리는 온통 마스크를 착용한 사람들이다. 이럴 땐 틈을 내어 걷는 게 좋겠다. 어쩌면 걷기 습관을 들이는데 더없이 좋은 기회가 아닐까.

하루 평균 8000보를 꾸준히 걷는 사람은 4000보를 걷는 사람보다 심장질환과 암 등으로 조기 사망할 위험이 51% 감소한다는 데이터 분석 결과가 나왔다. 지난 3월 24일 발행된 ‘미국의사협회 저널’(JAMA)에 나온 보고서 내용이다. 이 데이터 분석에 참여한 사람들은 미국 ‘국립건강원’과 ‘질병통제및예방센터’ 전문가들이며 연구 분석을 주도한 사람은 미 국립 암 연구소의 찰스 매튜스 박사다.

데이터 수집은 2003~2006년에 40세 이상 미국인을 성별 인종 분포에 따라 수만 명을 선정했다. 이들 조사 대상자들은 걸음 수를 모니터하는 계측기기, 이를테면 시계나 만보계로 자신의 걸음 수를 측정하며 걷는 사람들이었다.

연구자들은 10년 동안에 걸친 이들 대상자의 걸음 수와 걷기 속도에 대한 축적된 데이터를 분석했다. 이 기간에 죽은 사람을 포함해서 4800명을 분석 샘플로 조사해서 걸음 수가 많아질수록 암을 포함하여 모든 질병으로 인한 사망 위험이 감소한다는 통계적 수치를 얻은 것이다.

분석은 4000보를 기준으로 한 결과, 하루 평균 8000보를 걸었던 사람은 4000보를 걸었던 사람보다 죽을 위험이 51% 낮아진 것을 알아냈다. 1만2000보의 사람은 4000보의 사람보다 병으로 일찍 죽을 위험이 65% 낮아진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많이 걸을수록 건강이 좋아지고 수명이 길어질 수 있는 가능성을 찾아낸 것이다.

매튜스 박사는 분석결과를 보고 놀랐다고 한다. 그 이유는 걷기속도가 사망 위험을 줄이는 것과 밀접한 관계가 없는 것으로 분석되었기 때문이다. 매튜스 박사는 “이 데이터 분석의 메시지는 명확한 것 같다. 움직이라는 것이다”고 말한다. 천천히 걸어도 좋고 하다못해 이 방 저 방을 왔다 갔다 해도 좋다는 것이다.

이 분석 보고서는 코로나바이러스가 발생하기 전에 기획된 것이었다. 그런데 마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세계 대감염으로 확산되고 뉴욕이 마비되면서 조명을 받고 있는 것 같다. 걷기가 건강에 좋다는 것은 상식으로 알려져 왔지만 10년 동안 축적된 데이터 분석이라는 점에서 의미 있는 것 같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사람들은 답답하고 우울하다. 한때 만보계가 유행했지만 지금은 스마트폰에 걸음 수를 측정하는 건강 앱이 내장되어 있다. 내 스마트폰은 6000보를 걸으면 “잘했어요”라는 신호를 보낸다. 기분이 나쁘지 않다. <뉴스1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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