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거리두기 유지합시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80일 만에 등교 수업이 시작되는 20일 오전 6시30분 제주여자고등학교 앞.

등교 지도에 나선 경찰과 교사, 학부모들은 일찍부터 '반갑다 친구야 거리두기 기억해', '친구야 불편해도 마스크는 꼭 쓰자' 등의 문구가 적힌 어깨띠를 두른 채 교문 앞을 지키고 서 있었다.

오전 7시10분이 되자 학교 주변에는 마스크를 쓴 학생들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대체로 시내버스 또는 부모의 승용차를 타고 온 학생들은 교문 앞에서 차례로 코로나19 예방 수칙이 담긴 안내문을 받으며 그리고 그리던 등굣길에 올랐다.

학생들은 비교적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발걸음을 옮겼다.

그도 그럴 것이 이날은 고등학교 3학년 학생 265명만 등교하는 데다 모두들 등교 수업 첫날인 만큼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키려는 눈치였다.

일부 학생들은 친구들과 만났다는 기쁨에 저도 모르게 평소처럼 바짝 붙어 걷다가 "조금 떨어져 걸어주세요"라는 경찰의 한마디에 얼른 거리를 두기도 했다.

이날 가장 먼저 교문을 통과한 송지원양은 "정말 오랜만에 교복을 차려 입고 학교에 왔는데 한편으로는 두렵기도 하지만 기쁜 마음이 더 크다"며 소감을 전했다.

학교 안으로 들어선 학생들은 교사들의 안내에 따라 체육관인 '동천관'으로 향했다.

열화상 카메라가 설치된 이곳에서 학생들은 한 명, 한 명씩 발열 여부를 확인받고 나서야 교실이 있는 뒤편 3학년 건물로 들어갈 수 있었다.

교실로 가는 계단에는 우측 통행을 알리는 화살표와 함께 '1m 이상 건강거리 유지(몸은 멀리, 마음은 가까이)'라는 문구가 적인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엘리베이터에도 '사용을 전면 금지합니다(몸이 불편한 학생 제외)'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교실에는 시험 때처럼 책걸상이 한 줄로 배치돼 있었고, 책상 위에는 비닐로 포장된 하얀 면 마스크 2매와 손 소독제 1개가 올라가 있었다.

등교시간이 끝난 오전 8시가 되자 교실 안팎은 마스크를 쓴 학생들로 북적였다.

어떤 학생들은 서로 손을 잡고 포옹하며 오랜만에 인사를 나누는가 하면, 어떤 학생들은 "1미터, 1미터", "우리 떨어져야 해", "조용히 하자"고 외치며 인사를 자제하려고 노력하기도 했다.

아침 조회시간인 오전 8시20분 3학년1반 칠판에는 '너희가 와야 학교는 봄'이라는 문구가 적힌 사진 한 장이 띄워졌다.

담임 교사인 한경란 교사는 큰 목소리로 "오랜만에 봐서 정말 반갑다"며 환한 웃음과 함께 두 손으로 학생들과 인사했다. 이어 한 교사는 방역 담당 학생을 지정한 뒤 단축 수업과 이동 방법, 식사 방법, 코로나19 예방 수칙 등을 안내했다.

이제 앞으로 매일 등교해 수업을 받게 되는 학생들은 기대 반, 우려 반이었다.

안현지양은 "그동안 온라인 수업이나 자습으로만 공부했었는데 이제 친구들이랑 함께 공부할 수도 있고 모르는 부분은 선생님께 바로 바로 여쭤볼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다만 최서연양은 "확진자가 안 나온다는 보장도 없고, 마스크도 한두시간 써 보니 저도 그렇고 다들 불편해 해서 아무래도 걱정되는 게 사실"이라며 "저 자신부터라도 예방 수칙을 잘 지켜 보자는 생각을 계속 되새기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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