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4·3유족들이 72년간 이어져 온 아픔을 또다시 삼켜야 했다.

희생자 및 유족에 대한 배·보상과 불법 군사재판 무효화 등을 담은 ‘제주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제주4·3특별법)’ 개정안이 20일 열린 제20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상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법안은 29일 제20대 국회 임기 종료와 함께 자동 폐기 수순을 밟게 됐다.

20대 국회 통과가 불발되자 4·3유족들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한 채 “다음 21대 국회에서라도 반드시 처리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송승문 제주4·3희생자유족회장은 “올해 72주년 4·3희생자추념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4·3특별법 개정을 당부한 만큼 기대가 있었다”며 “그러나 정부, 국회, 부처 모두 다른 생각을 하고 있고 제주지역 국회의원들도 소극적으로 보였다”고 말했다.

송 회장은 “문 대통령을 만났을 때 다음 국회가 아닌 대통령 임기 내 개정안을 통과시켜달라고 부탁했다”며 “다음 국회에서 1순위로 법안을 접수해주길 바란다”고 시급성을 강조했다.

이어 “배·보상을 제외하고 개정안을 통과시키자는 제안도 있었지만 안될 말”이라며 “고령의 유족들이 살아계실 때 명예 회복과 배·보상이 함께 되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양조훈 제주4·3평화재단 이사장은 “과연 여당 국회의원들이 최선을 다했는지 묻고 싶다”며 “야당은 정부가 통일된 의견을 내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지만 그건 핑계”라고 비판했다.

또 “정부는 재정 부담 때문에 소극적으로 임했다”며 “결국 누가 누굴 탓하기보다 여·야와 정부 모두 책임이 있고 도민들도 결집력이 약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양 이사장은 “21대 국회가 되면 도민사회의 결집과 전국 단위의 결집을 모으고 여당의 다수당으로서 겸손한 마음으로 야당을 설득해야 한다”며 “올해 정기국회에서 개정안을 통과할 수 있도록 힘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동윤 4·3도민연대 대표는 “야당의 반대가 가장 근본적인 문제”라며 “그런데도 이들을 설득하기 위한 노력과 전략이 부족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양 대표는 “희생자와 유족들이 실제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냉정하게 들여다봐야 할 때”라며 이어 “이제는 과감한 방향 전환이 논의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어 “제21대 국회에서 4·3특별법 개정안을 통과시킬 방법과 4·3을 어떻게 정리할 것인지를 검토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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