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뉴스 인터뷰
고유정 살인사건 1년…"부모님은 매주 봉안탑을 찾아 꽃을 심으신다"
  • (제주=뉴스1) 홍수영 기자
  • 승인 2020.05.24 08:00
  • 댓글 0
고유정 전 남편 살인사건이 25일로 1년이다. 사진은 범행 당일 고유정이 피해자 강모씨의 휴대폰으로 피해자를 사칭해 유족에게 보낸 문자가 남아있는 모습. 고유정은 피해자가 살아있는 것처럼 '끝났는데 작업할 게 있어 들려가야겠다'는 문자를 보내 범행 시간을 벌었다. 2020.5.24/뉴스1© News1 홍수영 기자

고유정 전 남편 살인사건이 25일로 1년이다.

지난해 잔혹한 범행 수법과 철두철미한 계획으로 전 국민을 충격에 휩싸이게 한 고유정 사건은 현재 항소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전 남편 강모씨(36)를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와 의붓아들을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는 고유정은 1심에서 무기징역형을 선고받았다.

피해자 강씨의 남동생 A씨는 지난 22일 뉴스1 제주본부와의 인터뷰에서 “1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형님이 집 문을 열고 돌아올 것 같다”고 그리운 마음을 전했다.

그날의 기억과 고통을 고스란히 간직한 채 지내고 있는 유족들은 매주 주말마다 제주 모처에 마련된 피해자의 봉안탑을 찾는다. 봉안탑은 시신을 찾지 못한 탓에 유품에서 발견한 머리카락과 옷을 태워 세워졌다.

1년 가까이 진행된 시신 수색은 지난 3월 유족의 요청으로 종료됐다. 결국 고유정 전 남편 살인사건은 시신 없는 살인사건이 되었다.

A씨는 “이런 강력사건의 피해자가 저희 가족이고 형님이란 게 아직도 믿어지지 않는다”며 “고유정이 꼭 사형 선고를 받아 죗값을 치르길 바란다”고 말했다.
 

1심은 고유정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전 남편 살해 혐의는 계획살인을 인정했으나 의붓아들 살해혐의는 증거 불충분으로 무죄를 선고했다. © News1 이지원 디자이너

다음은 피해자 유족 A씨와의 인터뷰 전문.

-사건 발생 1년이 지났다. 그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며칠 전 음력으로 1년이 돼 첫 제사를 지냈다. 부모님은 한 번도 거르지 않고 매주 봉안탑에 가신다. 그리고 그 주변에 작은 꽃들을 계속 심고 계신다.

지난 20일 공판 때 재판장 밖 벤치에서 아버지께서 하신 말씀이 있다. 난 하루도 내 아들을 생각 안 한 날이 없다고. 그게 지금 우리 가족들의 마음이다.

예전에 형님이 아들의 기저귀, 오래된 장난감까지 그대로 갖고 있었다. 아이 냄새가 나는 것 같다며. 그런데 저희 부모님이 똑같이 그러시더라. 제사 전까진 형님 방의 이불까지 고스란히 있었다. 그게 너무 마음이 아프다.

저도 형님의 자동차를 쓰고 있는데 트렁크 안에 슬리퍼까지 그대로 있다. 1년 지나면 정리해야지 생각했는데 손을 못 대고 있다.

시간이 지나면 잊혀진다고 하지만 우리 가족에겐 아직 그 시간이 부족한 거 같다. 여전히 많이 아프고 많이 허전하다. 이 고통이 언제 끝날지 모르겠다.

-사건 이후 많은 것이 바뀌었을 것이다.

▶악몽을 많이 꾼다. 첫 공판 때 고유정 측 변호사의 모두진술 장면이 계속 꿈에 나타난다. 제 형님을 변태성욕자라고 모욕하는 그 발언이. 저는 아니라고 꿈에서도 소리친다.(고유정은 피해자가 성폭행을 시도해 우발적 범죄를 저질렀다고 주장한다.)

형님이 가장 싫어하는 게 성범죄였다. 그래서 당시엔 그런 고유정 측의 거짓말을 믿는 사람이 있을까봐 굉장히 무서웠다. 고유정 측은 사과도 없이 피해자와 유족을 모욕했다.

-고유정은 항소하면서도 우발적 범행을 주장했는데.

▶고유정은 사형이든 무기징역형이든 참회할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원래 그런 사람이기 때문이다. 거짓말을 상습적으로 하고 뻔뻔하게 한다.

사건 당일 형님 말투를 따라한 문자를 내게 보내기도 했다. 나중에 다시 보니 목적어도 빠져 있고 급하게 보낸 티가 났다.

고유정은 체포 당시부터 책임을 형님에게 전가했지만 모두 거짓말로 드러났다. 1심 재판 마지막 즈음에 제가 가진 거짓말을 반박할 증거를 모아서 80페이지가 넘는 탄원서를 법원에 제출한 이유기도 하다.

-피해자는 어떤 사람이었나.

▶제 형님이기도 하지만 아주 성실한 사람이었다. 사건 이전 한 달 동안의 차량 블랙박스를 확인했는데 집과 학교만 다녔더라. 3개월만 더 있으면 대학원을 졸업하고 박사가 될 수 있었다.

저희 집안의 자랑이었고 네덜란드에 국비 유학생으로 다녀올 만큼 촉망받는 사람이었다. 나중에야 알게 됐지만 학교 내부적으로 교수 채용 이야기도 나왔다고 들었다.
 

25일 고유정 전 남편 살인사건이 1주기를 맞는다. 사진은 피해자 강모씨가 생전에 아들을 위해 모아뒀던 책과 옷가지. 강씨는 지난해 5월25일 아들과의 면접 교섭을 위해 고유정을 만났다가 변을 당했다.2020.5.24/뉴스1© News1 홍수영 기자

형님은 늘 아들과 단둘이 오붓하게 지내며 부모님을 모시고 살고 싶다고 말하곤 했었다. 나중에 조카가 크면 형님이 깨끗이 사용한 필통과 수첩을 전해주고 싶어 따로 모아뒀다.

형님의 유품 중에서도 마지막 흔적인 머리카락을 찾은 모자는 끝까지 갖고 있고 싶다.

-피해자의 시신을 찾지 못했는데.

▶죽음은 막지 못했어도 수사만 제대로 진행됐으면 시신 유기는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아쉬움이 크다. 손톱 한 조각도 찾지 못했으니.

경찰에게 원망도 많았는데 사건 이후 새로 취임한 장원석 제주동부경찰서장이 신경을 많이 써주셨다. 발령 후 직접 찾아와 사과하는 모습을 보고 미운 감정이 눈 녹듯이 사라졌다.

시신 수색을 위해서도 계속 경찰 인력을 김포와 완도, 전남에 파견하고 일본까지 협조 요청도 했다. 내부에서 인력이 부족하다는 말도 나왔는데 저희가 중단해달라고 요청하기 전까지 시신 수색을 멈추지 않았다. 너무 감사하다.

-마지막으로 재판부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사람의 목숨을 정량적으로 해석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양형기준대로 몇 명을 죽였는지만 따져 형량을 정하기보다 계획성, 잔혹성, 반성하는 태도 등을 보고 사회에 본보기를 보여줄 수 있는 선고를 내려주길 바란다.

피해자는 범인의 이기적인 생각 때문에 소중한 목숨을 참혹하게 잃었다. 피고인의 인권이 피해자의 목숨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저희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강력범죄 피해자 유족들은 피고인에 대한 사형 선고를 원할 것이다.
 

전 남편 살해 혐의로 구속기소된 고유정이 30일 오후 제주지방법원에서 열린 4차 공판에 참석하기 위해 법원에 출석하고 있다.2019.9.30/뉴스1 © News1 오현지 기자

(제주=뉴스1) 홍수영 기자  gwin@news1.kr

<저작권자 © 뉴스1제주,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제주=뉴스1) 홍수영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카드 뉴스
여백
기획
여백
프리미엄제주 킬러 콘텐츠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