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순차적 등교 개학일인 27일 오전 제주 제주시 우도면 우도초·중학교 앞.

학부모 의견 수렴을 거쳐 일찍이 이틀 전 개학한 이 학교 학생들의 등굣길은 짙푸른 하늘과 바다 만큼이나 밝고 생기가 넘쳤다. 쏟아지는 학생들의 인사를 받느라 등교 지도에 나선 배움터 지킴이의 눈가에는 흐뭇한 웃음기가 사라질 줄 몰랐다.

도보, 자전거, 부모님 차량 등 저마다의 방식으로 집 밖을 나선 학생들은 모두 마스크를 쓰고 천천히 교실로 향하는 나무 사잇길로 속속 들어갔다. 등굣길에서 친구들을 만난 몇몇 학생들은 장난스레 양 팔을 벌리며 1m 이상 거리를 두기도 했다.

무엇보다 이 학교의 등굣길에는 여유가 넘쳤다.

섬마을 통합학교인 이 학교의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전체 학생 수가 76명(유 3·초 50·중 23)에 불과한 데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을 위한 생활 속 거리두기 차원에서 학교급·학년별 등교시간에 차이를 뒀기 때문이다.

우도중 1~3학년 학생들은 오전 8시10분부터 8시20분 사이, 우도초 4~6학년 학생들은 8시20분부터 8시30분 사이, 우도초 병설유치원 원생들과 우도초 1~3학년 학생들은 오전 8시30분부터 40분 사이 등교를 마쳤다.

그러나 이 학교의 속사정을 들여다 보면 그렇게 여유롭지도 않다. 본격적인 여름 휴가철이 당장 코앞으로 다가온 탓이다.

지난 21일 기준 우도해양도립공원 입장객 수를 보면 이미 이달에만 5만8458명이 우도를 찾았다. 매일 2700여 명의 관광객이 우도에서 관광을 즐기고 있는 셈이다.

학생들의 안전과 건강, 학습권을 보장해야 하는 학교 입장에서는 영 달갑지 않을 수 밖에 없다. 우도에서 자칫 1명이라도 확진자가 발생하면 어렵사리 연 교문을 다시 닫아야 할 뿐 아니라 섬 전체가 '올스톱(All-Stop)' 되기 때문이다.

실제 우도는 지난 2월과 3월 우도에서 관광을 즐긴 뒤 각각 중국과 서울에서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환자들이 나오면서 한 차례 홍역을 치르기도 했었다.

초1 딸을 둔 3년차 이주민 강재민씨(48)는 "학교가 관광객들이 잘 다니지 않는 섬 안쪽에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그래도 불안한 건 매한가지"라며 "관광객들도 '나 하나부터'라는 생각을 갖고 정말 조심해 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신상재 우도초 보건교사는 "수시로 특별방역과 생활수칙 교육을 실시하는 등 코로나19 예방에 상당히 공을 들이고 있다"며 "제주시 동부보건소, 우도보건지소와 상시 협력 체계를 구축해 비상 시 신속 대응할 수 있도록 대비 중"이라고 밝혔다.

가파도에 있는 가파초와 추자도에 있는 추자초·중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가파초는 매년 4~5월이면 가파도에 청보리밭을 구경하려는 관광객이 몰려드는 상황을 감안해 두 번째 순차적 등교 개학일인 이날까지 개학을 미뤘다.

전체 학생 수가 8명(유 1·초 7) 밖에 안 되기는 하지만 가파초는 앞으로 배가 끊기는 오후 4시까지는 이 학생들을 학내에서 관리하기로 했다.

추자초·중은 일찍이 지난 20일 개학했다. 전체 학생 수는 83명(유 9·초 46·중 22·신양분교 6)으로, 추자초·중 역시 우도초·중처럼 학교급·학년별 등교시간에 차이를 두는 등의 방식으로 학생들을 관리하고 있다.

특히 추자초·중의 경우 교문 안쪽으로 올레 18-1 코스가 나 있어 관광객 등 외부인의 운동장 출입과 학교 시설 이용 등을 제한하는 데 꽤 진땀을 빼고 있다.

추자초중의 한 관계자는 "다행인 건 대부분의 관광객들이 마스크를 쓰고 조심스럽게 행동한다는 점"이라며 "그래도 시기가 시기인 만큼 가급적 학교 주변 방문을 자제하고 에티켓을 잘 지키면 좋겠다. 이게 다 아이들을 위한 일 아니겠느냐"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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