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세계의 보물섬 청정 제주가 쓰레기로 시름하고 있다. 아름다운 오름 대신 쓰레기산이 쌓이고, 해안가는 플라스틱컵이 점령했다. 뉴스1 제주본부는 올해 연중 기획으로 제주의 제1가치인 '환경'을 택했다. 다양한 환경 이슈를 현장의 목소리를 담아 전달하고 그 안에서 자연을 지키고 사랑하는 사람들을 소개한다. [고치 Green 제주]는 '같이'를 뜻하는 제주어인 '고치'에 '가치'라는 중의적인 의미를 담아 녹색 제주로 가꿔 나가자는 뜻이다.

“여기 엄청 큰 타이어가 나왔어요. 크레인이랑 연결 좀 할게요.”

27일 오전 제주 서귀포 하효항. 다이버가 외치자 제주 해경들의 움직임이 분주해졌다.

크레인이 바다로 던져진 줄을 끌어올리기 시작하자 지름만 1m 이상의 타이어가 모습을 드러냈다. 오랜 시간 바다 밑에 가라앉아 있던 탓에 거대한 타이어에서 진흙 덩어리가 쏟아져 나왔다.

이날 제주지방해양경찰청 소속 SSAT해양경찰특공대 10여 명과 제주도 수중·핀수영협회 회원 30여 명 등 다이버 40여 명은 하효항 바닷속 해양쓰레기 수거에 나섰다.

다이버들이 입수한 지 10여 분도 지나지 않아 곳곳에서 대형 해양쓰레기를 발견했다는 신호가 나왔다.

얼마나 바다에 있었는지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녹이 슨 고철과 폐타이어, 심지어는 의자까지 발견됐다.

무거운 해양쓰레기들은 다이버들이 줄을 묶어 크레인과 연결한 뒤 해상으로 인양됐다. 바다 아래 진흙 속에 파묻혀 있던 쓰레기들이 올라오기 시작하면서 곳곳에서 악취가 나기도 했다.

페트병과 캔 등 작은 크기의 생활쓰레기도 계속해서 발견돼 다이버들의 포대가 금방 가득찼다.

이번 정화활동이 처음이라는 한은서 다이버는 “바다 밑 시야가 좋지 않은데도 큰 폐타이어 등이 많이 발견됐다”며 “생각보다 바닷속에 오염돼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SSAT해양경찰특공대의 김병진 경장은 “오늘 하루 종일 해양쓰레기를 치워도 시간이 모자랄 것 같다”며 “국민의 삶의 터전인 바다인데 칼, 의자, 깡통 등 생각지도 못한 쓰레기가 많아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이처럼 바닷속 해양쓰레기들이 쌓이면서 해양오염이 심각해지자 마을주민들은 삶의 터전을 잃을까 걱정하고 있는 실정이다.

마을 앞바다에 해초, 성게 등 어업자원이 눈에 띄게 감소하고 있고 해녀들은 안전까지 위협받고 있기 때문이다.

50여 년 동안 해녀로 활동한 김씨 할머니(74)는 “요즘 따라 해양쓰레기들이 많이 보여 물질하러 가기 무섭다”며 “바다 밑에 가득한 고철이나 비닐에 몸이 걸릴까 걱정된다”고 전했다.

강인옥 해녀(61)는 “바다로 들어가면 그물, 타이어, 파이프, 가전제품 등이 보인다”며 “최근 바다 오염이 심해지면서 죽어서 껍질만 발견되는 소라들이 많아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이번 ‘수중 침적 쓰레기 정화활동’은 하효동 어촌계의 요청으로 제주해경청이 주관했으며 제주도수중·핀수영협회, 서귀포시청, 서귀포수협, 제주국제대평생교육원, 서귀포해양구조대 등이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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