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림로 확장에 반대하는 시민단체가 공사를 재개한 제주도를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제주도는 27일 오전 지난해 5월 중단됐던 제주 비자림로 확장공사를 1년여 만에 재개했다.

공사 재개된 구간은 계획 구역 중 제2구간(제2대천교~세미교차로 1.36㎞ 구간)으로 이날 오전부터 삼나무 벌채가 진행되고 있다.

비자림로를 지키기 위해 뭐라도 하려는 시민모임은 이날 오후 제주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주도는 전국민의 관심을 받고 있는 비자림로 공사를 재개하면서 어떠한 설명도 없이 일방적으로 공사를 강행했다"고 성토했다.

이들은 제주도의 공사 강행 시기가 법정보호종의 번식 기간과 맞물리는 점을 지적했다.

시민모임은 "공사가 진행되지 않는 기간 동안 올해도 어김없이 긴꼬리딱새, 붉은해오라기 등 법정보호종들이 날아와 번식을 준비하고 있다"며 "제주도는 지난해 7월 영산강유역환경청에 제출한 저감 방안에서 법정보호종의 산란시기 등을 고려해 서식지 주변 공사를 중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고 말했다.

또 "도는 팔색조의 대체서식지 마련을 대안으로 내세운 바 있으나 손을 놓고 있다가 5월말 공사 재개를 위해 무리한 벌목을 시작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들은 "영산강유역환경청에서는 생태적 민감도를 고려해 비자림로 시속을 60km/h 미만으로 운영하도록 했고, 제주도도 이에 협의했다"며 "시속 60km/h로 운영할 도로를 왜 이렇게 대규모로 추진해야 하는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시민모임은 기자회견을 끝낸 직후 도 건설과장과의 면담을 요구하며 도청으로 진입했다.

한편 제주 비자림로 확장공사는 제주시 구좌읍 대천교차로에서부터 금백조로 입구까지 왕복 2차로였던 약 2.94㎞ 구간을 왕복 4차로로 확장하는 공사다.

당초 2021년 6월 공사가 마무리될 예정이었지만 삼나무숲 훼손 논란과 법정보호종 동·식물 발견 등으로 지난해 5월 공사가 중단됐다.

이후 영산강유역환경청은 제주도에 환경저감대책에 대한 검토의견서를 제시했고, 도는 차선 폭은 3.5m로 유지하되 중앙분리대를 축소하고 갓길 등의 폭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환경저감대책을 보완·제시한 상태다.

제주도는 이번 주내로 2구간에 대한 벌채 공사를 마무리하고, 하반기 중 제1·3구간에 대해서도 환경저감대책을 마련해 공사를 재개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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