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왜 이래요?"

28일 오후 제주 제주시 우도면 천진리에 위치한 우도봉.

소가 머리를 들고 누워 있는 듯하다고 해 일명 '쇠머리 오름'으로 불리는 이곳은 바다로 내리지르는 우도의 해안단애를 시작으로 바다 건너 성산일출봉과 멀게는 한라산까지 한눈에 담기는 우도의 명소 중의 명소다.

'차량 통제'라는 문구가 적힌 입구의 바리케이드를 지나 몇 발자국 옮기니 이내 말 네 마리가 뛰놀고 있는 한적한 풀밭이 한데 펼쳐졌다.

그러나 산책길 시작점에서부터 모두의 눈살이 찌푸려지기 시작했다.

마치 포클레인으로 파놓은 듯 일부 사면이 크게 헤집어져 있고 정체를 알 수 없는 흙길이 오름 전체를 이리저리 가로지르고 있었던 탓이다.

더군다나 오랫동안 짓이겨졌던 것인지 곳곳에는 벌건 황토와 암반이 그대로 드러나 있었고, 그곳에는 풀 한 포기조차 나지 않고 있었다.

경관을 해칠 정도의 훼손이었다.

현장에서 만난 한 관광객은 "홍보 사진과 너무 다르지 않으냐. 넓고 푸른 잔디밭을 기대하면서 왔는데 뒤죽박죽인 모습에 실망했다"며 "조금만 신경쓰면 될 것 같은데… 대체 우도봉이 왜 이렇게 된 것이냐"고 반문했다.

우도면에 따르면 이 같은 우도봉 내 훼손지는 모두 레저용 사륜차인 ATV(All-Terrain Vehicle)의 바퀴자국이다.

우도의 한 ATV 업체가 2년 남짓 우도봉 일대에서 우도봉 전체를 돌아보는 30분 코스의 ATV 체험 프로그램을 마구잡이식으로 운영해 온 것이다.

이 같은 ATV 대여의 경우 허가 없이 신고만 해도 영업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사실상 단속이 어려운 제도적 허점이 있다.

그러나 다행히 이 업체는 지난 3월 우도봉에서 자취를 감췄다. 우도봉 입구에 있던 매표소가 불법 건축물로 확인됨에 따라 철거 조치된 것이다.

우도면은 이후 복구작업에 돌입했다. 앞으로 태풍 등에 의해 훼손지 면적이 더 확대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우도면은 사업비 3700만원을 투입해 다음달부터 우도봉 내 훼손지 약 1380㎡에서 복토, 잔디식재 등의 복구 공사를 실시한다는 계획이다.

김문형 우도면장은 "제주의 천연자원인 우도봉을 보전하기 위해서는 현재 훼손지 복구공사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실정"이라며 "사상 처음으로 하는 공사인 만큼 잘 마무리지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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