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 잠 잘 못잤죠? 저도 한숨도 못잤습니다"

지난해 여름 난폭운전에 항의하는 운전자를 자녀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폭행해 전국적으로 논란이 된 일명 '제주 카니발 사건' 1심 선고 공판이 4일 오전 제주지방법원 201호 법정에서 열렸다.

장찬수 부장판사는 선고를 내리기 전 법정에 선 피고인 A씨(34)에게 이렇게 물었다.

법관이 겪는 고뇌와 갈등을 함축적으로 담아낸 질문이었다.

장 부장판사는 "(선고와 형량)재판부의 고민이 매우 컸다"고도 했다.

이날 A씨에게는 징역 1년6개월의 실형이 선고됐다.

이번 실형 선고는 피해자와의 합의가 불발된 게 가장 큰 원인으로 보인다.

벌금형 이외 전과가 없고 피해자 부상 정도가 중하지 않은 점, 피고인이 사건 당시 만삭의 아내를 태우고 급히 병원에 가다가 벌어진 일이었다는 점 등을 고려해 집행유예 가능성도 있었다.

A씨측은 계속해서 피해자와 합의를 시도했으나 이 과정에서 오히려 피해자가 위협을 느낀 것으로 전해졌다.

장 부장판사는 "가족과 친지가 아닌 사건과 관계없는 엉뚱한 사람이 합의를 시도했다"며 "위세를 믿고 협박한 꼴"이라고 질책했다.

장 부장판사는 '엉뚱한 사람'이 누구인지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지만 피해자측은 신변에 위협을 느껴 선고 전 재판부에 엄벌을 요구하는 진정서까지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 판사는 "저도 성격이 급한 편인데 피고도 성격이 매우 급한 것 같다"며 "성격이 급하면 그 화는 결국 나에게 돌아오게 된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사람이 바른 길로 가야지 옆길로 가면 위험하다"며 "앞으로 인생을 살면서 많은 생각을 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날 판결로 법정 구속된 A씨는 "재판부가 많이 배려해줘 이제까지 합의를 위해 노력했는데 결과가 좋지 않아 죄송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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