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공항에서 차 타고 1시간. 한라산의 서쪽으로 한참을 달리면 오름들 사이로 줄지어 늘어선 하우스들이 나타난다.

그중에서도 유난히 커 보이는 한 하우스. 국내 최대 바나나 농장인 '스위트 몽키' 농장이다.

지난 23일 방문한 하우스 안에는 성인 남자 3~4명의 키를 합쳐 놓은 높이의 바나나 나무들이 빽빽이 서 있다. 줄지어 선 바나나 나무들을 보고 있으니 마치 동남아에 와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토지만 2만평, 하우스는 1만2000평 규모로 약 8000그루의 바나나 나무를 재배 중이다. 커다란 잎 사이로 '다큐멘터리'에서나 보던 바나나 열매가 보였다. 크기가 작은 바나나가 아니라 일반적인 바나나였다.

각각의 바나나 나무에는 이름도 붙어 있었다. 이름을 통해 데이터를 기록하고, 수확할 날짜와 수확량을 정하기 위한 번호다.

윤광규 스위트 몽키 부사장은 "기록을 남겨야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다"며 "검사를 통해 바나나 수확 일정을 정한다"고 말했다.

사실 바나나는 보기와 달리 엄청 민감한 식물이다. 날만 더우면 어디서든 쑥쑥 자랄 것 같지만 손이 많이 간다. 온도와 습도가 달라지면 금방 티가 나고, 조금만 세게 만지면 멍이 든다.

아열대 기후 기온인 25~27도 내외의 온도와 습도 70~80%가 바나나에게 최적의 조건이다. 바나나가 잘 자라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사무실에서는 직원들이 수시로 모니터 화면을 살폈다.

각 하우스 동마다 8대씩 모두 32대의 카메라가 설치돼 있고, 스마트팜 시스템을 통해 하우스 내외부 온도와 일조량·습도·산소·이산화탄소량 등을 조절·관리한다. 시간당 이산화탄소량 변화에 따른 광합성 여부도 확인할 정도다.

하우스 옆에는 비상벨도 있다. 내부 온도가 15도 아래로 떨어지면 비상벨이 울린다. 겨울에 전기가 끊길 것을 대비해 가스보일러를 설치하고, 비상 전력 장치까지 마련해놨다.

윤 부사장은 "자칫하면 공들인 일년 농사를 망칠 수 있다"며 "태풍이 오거나, 추운 겨울에는 항상 조심스럽다"고 설명했다.

농장에서 일하는 근로자들 역시 조심스럽긴 마찬가지다. 1년 농사를 통해 한번 수확하는데, 자칫하다가는 헛수고가 될 수 있어 바나나를 마치 아기 다루듯 했다.

바나나를 수확할 때도 다들 신중히 모습이었다. 4명이 한 팀으로, 사다리와 저울·수레 등을 끌고 다니며 바나나를 날랐다.

1명이 사다리에 올라가 수확을 하면 밑에 있는 다른 1명이 바나나를 받아 무게를 측정하고, 커다란 잎 위에 바나나를 깔아 놓았다. 이후 다른 1명이 세척을 끝내면 수레를 끈 직원이 후숙시설로 옮기는 방식이다.

한 그루에서 나오는 바나나는 평균 23~27kg가량이다. 잘 큰 바나나 나무에서는 30~40kg가량의 바나나가 나오기도 한다. 스위트 몽키 농장에서는 일주일에 2~3차례 수확했다.

바나나를 수확하고 나면 나무는 베어내 퇴비로 활용한다. 한 그루에서 바나나 열매 하나를 따면 끝인 셈이다. 어미나무를 베어내고 나면 옆에 자란 나무에 양분이 가면서 다시 열매를 맺는 나무로 자란다. 어미와 자식 관계인 셈이다.

군데군데 잘린 나무가 보였다. "이론상으로는 나무 한 그루당 5대까지 가능하다"고 윤 부사장은 설명했다.

수확한 바나나는 세척 후 건조과정을 거쳐 전용 후숙창고에서 익히게 된다. 후숙이 바나나의 맛을 좌우하는 만큼 예민한 과정이다.

후숙 기간은 수확시기와 계절, 꽃대가 나오고 나서 얼마 만에 후숙하느냐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평균적으로 4~5일 동안 18도의 온도에 맞춰 에틸렌 가스를 사용해 후숙한다.

후숙을 마치면 초록색 바나나는 먹기 좋게 노란색으로 변하게 된다. 바나나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출고되는 바나나는 18브릭스(Brix) 이상의 당도를 자랑한다.

특히 스위트몽키 바나나는 무농약, 유기농 인증받은 살충제만을 사용한 친환경 제품이다. 분기마다 토양검사를 실시해 퇴비 사용량과 시기 등을 조절하고 있다. 퇴비 역시 파쇄목을 사용해 만들고, 지렁이 농법을 병행해 안정성을 인정받았다.

스위트몽키 바나나의 주 거래처는 농협, 수도권 하나로마트와 홈플러스 등이 있다. 급식이나 군납도 큰 거래처 중 하나인데 최근 코로나 때문에 급식 납품은 가을에 재개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윤 부사장은 "코로나 이후 급식과 군납이 끊겼다"며 "농협과 홈플러스로 나가는 물량이 많다"고 언급했다.

실제 홈플러스는 안전한 먹거리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는 것을 고려해 친환경 스위트몽키 바나나를 지난 4월부터 공식 판매하고 있다. 연간 5억원 수준 판매를 계획 중이다.

장용희 홈플러스 과일팀 바이어는 "날이 일찍부터 더워지는 바나나 비수기에 접어들었지만, 구성비는 소폭으로 늘었고 고정 수요가 있어 성장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며 "현재 60여개 점포에서 취급하고 있는 스위트몽키 바나나를 오는 9월부터 취급 점포는 100개점, 물량은 가을부터 3배 수준인 주간 600박스 수준으로 확대해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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