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자유도시 외자 유치 1호이자 첫번째 제주 외국인 투자 지역으로 지정된 예래주거단지가 사업 추진 10여년만에 폐기됐다.

문대림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이사장은 1일 오전 JDC 4층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투자자인 말레이시아 버자야그룹과 소송이 일단락돼 토지주, 주민, 제주도와 소통하면서 새로운 사업계획을 수립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30일 JDC 이사회는 서울중앙지방법원 제21민사부가 제시한 버자야와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 강제조정안을 수용했다.

버자야 탄스리 회장도 화상회의에서 이 조정안에 동의했다고 JDC는 전했다.

법원의 조정안에는 버자야측이 청구한 손해배상액 3500억원에서 2000억원 이상 적은 1250억원을 JDC가 지급하라는 내용이 담겼다.

또 지난해 7월 버자야측이 우리나라 정부에 제출한 4조원대 규모의 ISDS(투자자와 국가 간 분쟁 해결·Investor-State Dispute)' 중재의향서도 더이상 진행하지 않는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에따라 버자야는 예래단지사업을 JDC에 양도하고 손을 떼게 됐다.

JDC는 버자야에 지급한 손해배상액 1250억원을 마련하기 위해 은행 차입 또는 채권 발행 등을 검토하고 있다.

◇말레이 깃발까지 달았는데…물거품된 예래단지
JDC 국제자유도시 프로젝트 중 하나인 예래휴양형주거단지는 주거·레저·의료기능이 통합된 세계적 수준의 휴양형 주거단지를 조성해 지역경제 발전과 국제자유도시 기반 구축을 목표로 2005년 제주특별법에 따라 서귀포시가 개발사업시행을 승인했다.

2017년까지 2조5000억원을 들여 서귀포시 예래동 부지 74만1000㎡에 1531실의 휴양콘도와 935실의 호텔, 의료시설, 상가시설을 짓는 사업이다.

중국 화교들이 출자한 말레이시아 버자야그룹이 이 사업에 투자를 결정하면서 2009년 1월28일 사업시행자는 버자야그룹 계열 버자야랜드와 JDC가 각각 81%, 19%의 지분으로 설립한 합작법인 버자야리조트로 변경된다.

예래휴양형주거단지 내 주요 간선도로를 '버자야로'로 바꾸고, 도청 현관에 말레이시아 국기와 버자야 그룹 상징 깃발을 달았을 정도로 투자 열기가 뜨거웠고 기대도 높았다.

그러나 착공 2년만인 2015년 3월 대법원이 토지주 4명이 제기한 토지수용재결처분 취소 청구소송에서 토지수용재결처분이 무효라고 판결, 같은해 7월부터 사업이 중단됐다.

대법원은 예래단지는 관광수익 창출을 주된 목적으로 하는 시설인데 공공적 성격이 요구되는 도시계획시설인 유원지로 인가한 것은 명백한 잘못이라고 판단했다.

◇토지주 소송 관건…초고층 빌딩·카지노도 폐기
문대림 이사장은 법원의 강제조정안에 대해 "예래단지 사업은 토지주 토지 반환 소송과 투자자 손해배상 소송 두가지가 큰 이슈였는데 성공적 협상 타결로 커다란 짐 하나를 내려놓게 됐다"고 평가했다.

큰 짐 하나를 벗기는 했지만 사업 전망이 그리 밝지만은 않다.

"내 땅을 돌려달라"는 토지주들과의 소송이 아직 남아있어서다.

지난 5월에는 강제수용뿐만 아니라 토지를 협의매매한 주민들이 법원 1심에서 승소했다.

예래단지 사업부지 74만1000㎡ 가운데 강제수용되지 않은 토지 규모는 약 80%에 달한다.

현재 강제수용을 포함해 JDC에 소송을 제기한 토지주는 약 200명인 것으로 전해졌다.

JDC는 토지주 소송 결과에 따라 향후 예래단지 부지에서 어떤 사업을 추진할지 방향을 결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공사는 준공률 60%에서 중단돼 텅빈 콘크리트 건물만 덩그러니 남아있다. 1단계 사업 건축비용만 1500억원에 달한다.

JDC는 현재 건물 안전진단을 하는 중이고 소송 결과 등을 지켜보며 활용 방안을 고민하겠다고 밝혔다. 최악의 경우 건물 철거도 배제할 수 없는 처지다.

애초 예래단지에서 계획됐던 초고층 빌딩과 카지노사업도 더 이상 추진하지 않기로 했다.

문 이사장은 "고층빌딩과 카지노는 싹 지워져야한다. 그런 시대는 이미 지났다고 본다"며 "JDC가 직접 투자할지, 새로운 투자자를 유치할지는 토지 확보 상태를 보면서 결정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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