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제주도지사가 불과 석달 전 음주 교통사고 등으로 제주도의회로부터 부적격 판정을 받은 김태엽 서귀포시장 예정자에 대한 임명을 강행하면서 지역사회의 거센 비판에 직면했다.

원 지사는 1일 오전 제주도청 삼다홀에서 열린 '민선 7기 후반기 행정시장 임명장 수여식'에서 제주시장에 안동우 전 제주도 정무부지사(58), 서귀포시장에 김태엽 전 서귀포시 부시장(60)을 각각 임명했다.

제주도는 수여식 직후 보도자료를 내고 안동우 제주시장에 대해 "3선 의원 경력과 민선6·7기 정무부지사직을 수행하면서 다양한 계층과의 소통과 원활한 업무능력을 보여 향후 시정을 원만하게 이끌어 갈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김태엽 서귀포시장에 대해서는 "32년간의 행정경험과 공직 내부의 신망이 두터운 점 등을 감안했고, 특히 현재의 코로나19 등 국가적인 재난위기 상황 속에서 시정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시장으로 임용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현재 논란의 중심에 선 인물은 김 시장이다. 김 시장의 경우 일찍이 지난 24일 도의회 행정시장 예정자 인사청문특별위원회로부터 음주운전 전력, 노형동 건물·농지 관리문제 등으로 부적격 판정을 받았다.

당시 도의회 인사청문특위는 김 시장이 지난 3월26일 밤 제주시 노형중학교 앞에서 면허취소 수치인 혈중 알코올 농도 0.101% 상태로 가로등 등을 박은 데 대해 "무관용 원칙이 공직사회의 기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현실을 감안하면 업무수행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판단된다"고 지적했었다.

그러나 원 지사는 이 같은 도의회의 부적격 판정에도 불구하고 이날 김 시장에 대한 임명을 강행한 것이다.

원 지사는 이날 보도자료에서 "이번 인사로 민선 7기 후반기 도민 통합, 도민 소통, 공직 혁신을 기반으로 도정의 주요 현안 추진에 박차를 기할 것"이라며 "(두 시장이) 도민 행복과 삶의 질 향상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에 이날 지역사회 곳곳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계속 터져나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제주도당과 제주도의회 민주당, 정의당 제주도당,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제주지역본부, 제주주민자치연대 등이 잇따라 성명을 내며 원 지사에게는 임명 철회, 김 시장에게는 자진 사퇴를 촉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민주당 제주도당은 이날 성명에서 "도민을 무시하는 원희룡표 인사가 정점을 찍었다"며 "제주의 미래에 대한 어떠한 책임도 없이 선거공신을 챙기며 야욕을 드러내고 있는 원 지사에게는 도민이 부적격 판단을 내릴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제주지역본부도 성명을 내고 원 지사를 향해 "무늬만 형식적이고 아무런 구속력이 없는 청문회 제도를 개선하고 도민들이 직접 선택할 수 있도록 조속히 행정시장 직선제를 도입하라"고 강력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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