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특수강간 사건 주요 증인(피해자)의 해외 출국을 방치해 피고인에게 무죄가 선고되는 일이 벌어졌다.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장찬수 부장판사)는 특수강간 혐의로 기소된 중국인 A씨(42)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3일 밝혔다.

다만 출입국관리법 위반 혐의는 유죄를 인정해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무사증으로 제주에 들어온 후 불법체류자가 된 A씨는 지난해 12월24일 중국인들이 모여사는 주거지에서 같은 국적 여성 B씨(44)를 흉기로 협박해 성폭행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A씨가 합의한 성관계라며 범행을 부인하는 상황에서 이 사건의 가장 중요한 증거는 피해자 본인의 진술이었다.

그런데 피해자 B씨는 올해 3월 검찰 조사를 받던 중 중국으로 떠나버려 재판에 참석하지 않았다.

B씨는 "다시 대한민국에 입국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형사소송법 314조에 따라 증인이 법정에서 직접 진술하지 않아도 증거능력이 인정되는 예외가 있다.

증인에게 사망, 질병, 외국거주, 소재불명 등의 사유가 있고 고소장이나 진술조서 등 관련 서류에 신빙성이 있는 경우다.

이번 사례는 증인이 출국한 경우이기는 하지만 '외국거주'란 단순히 외국에 있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게 재판부의 해석이다.

수사기관이 증인의 출국 가능성과 체류 기간 등을 고려해 진술할 수 있는 충분한 기회를 제공했을 때 예외적으로 적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검찰이 이같은 노력을 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해자는 지난해 12월부터 무사증으로 출입국을 반복해왔기때문에 가까운 장래에 출국할 개연성이 상당했지만 검찰은 B씨가 언제 출국할지, 다시 입국할지 등을 확인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피고인이 범행을 부인해 구체적인 규명이 필요한데도 검찰은 1월2일 공소제기 후 피해자가 출국할 때까지 아무런 증거보전절차를 밟지 않았고 중국 사법당국에 공조요청을 하지도 않았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결국 검사가 제출한 피해자 작성 고소장, 경찰 및 검찰 진술조서는 증거능력이 없어 피고인의 혐의를 증명할 수 없게 됐다"며 무죄 이유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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