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제주의 용암동굴이다.
밖 기온이 30도를 웃도는 무더위에도 땅 속 용암동굴은 15~17도를 유지해 서늘함마저 느껴져 이색 피서지로 매년 인기를 끈다.
반팔을 입고 들어가면 담요를 걸치고 관람해야 할만큼 '천연 에어컨'이 따로 없다.
제주도 세계유산본부 관계자는 "지하에 있는 동굴은 햇빛이 들어오지 못하고 공기 순환도 제대로 되지 않아 외부보다 온도가 낮은 경향을 보인다"고 말했다.
제주에서 발견된 용암동굴수만 130여 개에 달하는데 특히 거문오름 용암동굴계는 독특한 지질학적 가치를 인정받아 유네스코(UNESCO)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됐다.
거문오름 용암동굴계는 조천읍 선흘리와 구좌읍 송당리 경계지대의 거문오름에서 분출된 용암이 북동쪽 바닷가까지 흐른 길을 따라 형성된 동굴계다.
형성 기기는 과거 20~30만년 전으로 알려졌었으나 최근 새로운 연대측정법을 통해 약 8000년 전 형성된 것으로 확인됐다.
거문오름 용암동굴계 내에 있는 용암동굴은 총 10곳으로 만장굴, 김녕굴, 벵뒤굴, 선흘수직동굴, 웃산전굴, 북오름굴, 대림굴, 당처물동굴, 용천동굴, 월정남지미동굴 등이 있다.
이 가운데 대중에 가장 잘 알려진 동굴은 만장굴이다.
만장굴은 제주어로 '아주 깊다'는 의미로 '만쟁이거머리굴'로 불려왔다. 총 길이는 약 7.4㎞, 주 통로는 폭이 18m, 높이가 23m에 달한다.
입구 3곳 중 제2입구로만 입장 가능하며 약 1㎞ 구간만 개방됐다.
김녕사(蛇)굴, 김녕뱀굴 등으로도 불리는 김녕굴은 1990년대 초부터 낙석 등 안전문제로 일반인 출입을 제한하고 있다.
이곳에는 납량특집에 어울릴만한 무시무시한 전설이 내려온다. 김녕굴 전설은 드라마 '전설의 고향'이나 영화 소재에 쓰이기도 했다.
동굴 내부 형태가 마치 뱀처럼 보이는 특징을 지닌 이 동굴에는 조선시대 사람을 집어삼킬 정도로 거대한 구렁이가 살았다고 전해진다.
다양한 유형이 있지만 조선의 관리가 제주에 내려와 김녕굴에 사는 거대한 뱀을 없애 인신공양을 막았다는 큰 줄기는 같다.
'이석범의 탐라유사 제주전설2편'에 실린 내용을 소개하면 김녕굴에는 굴의 반 이상을 차지할 정도의 큰 뱀이 살면서 농작물을 해치는 등 주민들을 괴롭혔다.
주민들은 해마다 열다섯 살 된 처녀를 뱀에게 제물로 바쳐 큰굿을 해 위기를 모면해왔다. 희생자는 대부분 천민의 딸이었다.
그러던 중 조선 중종 때 '서연'이라는 판관이 제주에 새로 부임해 뱀굴 얘기를 듣고 뱀을 처치하기로 한다.
서연은 뱀에 처녀를 바치기로 한날 굿판이 벌어지는 와중에 김녕굴로 가 군인 수십명과 함께 뱀을 물리쳤다.
오랜 세월 마을 사람들을 괴롭힌 뱀은 사라졌지만 안타깝게도 이 전설은 해피엔딩이 아니다.
뱀을 물리친 판관에게 무당이 "죽은 뱀이 복수할테니 빨리 성안으로 가야 한다. 어떤일이 있어도 뒤를 돌아보지말라"고 당부했다.
서연이 말을 타고 달려 성 바로 앞까지 왔을때 갑자기 한 군졸이 "뒤에서 피로 된 비가 내린다"라고 외쳤다.
이상하게 여긴 서연은 뒤를 돌아보고 말았고 그 순간 쓰러져 죽고 만다.
(제주=뉴스1) 고동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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