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운 년 잡아 들이렌(렝) 허난 솔친 년 잡아 들인다.’

제주지역 한 버스정류장에 게재된 공익 홍보 문구가 여성비하 및 성차별 논란을 낳고 있다.

제주 방언 속담 중 하나로 홍보물 하단에는 ‘고운 년 잡아 들이라고 하니 살찐 년 잡아 들인다’라는 표준어 해석이 쓰여 있다.

이 속담은 ‘말의 뜻을 못 알아듣는 동문서답’ 또는 ‘모른 척 일부러 저지른다’는 뜻으로 해석되기도 하지만 일각에서는 성차별 표현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해당 홍보물은 2014년 제주도가 공공사업으로 설치한 것으로 확인됐다.

‘제주 특색을 느낄 수 있는 버스정류장 조성사업’의 일환으로, 버스정류장 정면 유리면을 활용해 제주어와 지역명소 등을 소개하는 계획으로 추진됐다.

당시 이를 ‘웃음·긍정 제주어 프로젝트’로 소개한 제주도는 “제주어를 사용해 도민과 관광객이 생활 속에서 웃음과 감동을 느낄 수 있는 문구를 넣겠다”고 밝혔다.

해당 버스정류장도 이때 설치돼 6년째 성차별 표현의 속담 홍보물이 그대로 유지돼 온 것이다.

제주도민 A씨(42)는 “요즘 시대가 어떤 때인데 이렇게 차별적인 표현을 버젓이 게재한 것인지 화가 난다”며 “딸 키우는 입장에서 아직도 이런 홍보물이 있다는 사실에 한숨만 나온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제주도민 B씨(35)는 “이런 문구가 써 있다는 것 자체가 구시대적”이라며 “행정이 설치한 것일 텐데 아무런 문제의식이 없었다는 자체가 충격적”이라고 말했다.

7일 뉴스1 제주본부 취재 전까지 제주도 행정당국은 해당 홍보물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한제택 제주도 대중교통과장은 “제주 방언 속담이기는 하지만 2014년 이후 사회환경이 많이 바뀌어 시대적으로 맞지 않는 표현이라고 본다”며 “당장 철거할 수 있도록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이현숙 제주도 성평등정책관은 “옛날부터 내려오는 속담이라지만 특정 성을 비하하는 표현으로서 적절하지 않다는 데 공감한다”며 “지난해부터 추진하고 있는 성불평등용어개선사업을 이어가 인식 변화를 이끌어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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