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세계의 보물섬 청정 제주가 쓰레기로 시름하고 있다. 아름다운 오름 대신 쓰레기산이 쌓이고, 해안가는 플라스틱컵이 점령했다. 뉴스1 제주본부는 올해 연중 기획으로 제주의 제1가치인 '환경'을 택했다. 다양한 환경 이슈를 현장의 목소리를 담아 전달하고 그 안에서 자연을 지키고 사랑하는 사람들을 소개한다. [고치 Green 제주]는 '같이'를 뜻하는 제주어인 '고치'에 '가치'라는 중의적인 의미를 담아 녹색 제주로 가꿔 나가자는 뜻이다.

본격적인 여름 피서철이 시작되며 제주 바다가 쓰다 버려진 마스크들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 9일 오후 제주시 조천읍 함덕해수욕장.

비가 오는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이른 피서를 즐기는 관광객들이 해변을 가득 채운 모습이었다.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을 위해 물 밖 마스크 착용을 권고했으나 이를 지키는 이용객들은 거의 없었다.

오히려 해수욕객이 쓰고 있어야 할 마스크들이 해변에 널브러져 있는 모습을 쉽게 포착할 수 있었다.

불과 10분가량 해변을 둘러본 결과 모래사장에 박혀 있는 마스크 여러 개가 눈에 띄었다. 밀려드는 파도에 쓸려 해상으로 떠내려가기 직전인 마스크들도 발견됐다.

비말차단용 마스크부터 면 마스크까지 종류는 제각각이었지만 대부분 물놀이 후 버려진 듯 바닷물에 푹 젖어 있는 상태였다.

특히 아버지와 바다에 발을 담그고 조개를 잡던 아이 옆 모래 바닥에도 누군가 쓰다 만 마스크가 버려져 있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해변과 바로 맞닿아 있는 주차장의 상황은 더욱 심각했다. 그리 크지 않은 주차장 한 바퀴를 돌며 발견한 마스크만 10여 개에 달했다.

마스크를 착용하고 해수욕장을 찾은 관광객 이모씨(32)는 "날씨가 습하고 더우니까 바다에서 놀다 아무 생각 없이 버리고 가는 것 아니겠냐"며 "아직 성수기는 시작도 안 됐는데 앞으로가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제주 서쪽의 대표 해안인 애월읍 한담해변 역시 상황은 매한가지였다.

푸른 바다를 감싸고 있는 갯바위에 들어서자 나뒹굴고 있는 마스크들이 쉽게 포착됐다.

코로나19 '생활 백신'으로 자리 잡은 마스크는 버려지는 순간 환경은 물론 해양생물들에 치명적인 위협이 된다.

김정도 제주환경운동연합 팀장은 "마스크 자체가 섬유다 보니 물에 젖게 되면 섬유 플라스틱이 다량 발생한다"며 "끈도 고무줄로 돼 있어 조류나 해양생물이 얽힘 현상으로 피해를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거북이 등 해양생물이 마스크를 먹이로 오인해 삼킬 경우 헛배가 부르며 아사하거나, 염증이 생겨 폐사할 가능성이 커진다.

도내 해수욕장마다 바다지킴이 등 인력이 상주해 수시로 쓰레기를 수거하고 있으나 양이 워낙 많아 즉각적인 처리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특히 쓰고 버려진 마스크가 코로나19 감염원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배종면 제주도 감염병관리지원단장은 "마스크를 수거하는 과정에서 감염될 가능성이 충분하다"며 "가급적 버려진 마스크를 줍거나 만지지 말고, 수거할 때도 일회용 장갑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고 당부했다.

사용한 마스크는 귀에 거는 끈을 잡고 당겨 벗은 후 반으로 두 번 접고, 마스크 안쪽 오염물질이 겉면에 묻지 않도록 끈을 이용해 묶어 일반쓰레기로 배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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