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제주지사가 14일 '음주운전' 등의 논란을 빚었던 김태엽 서귀포시장 임명에 대해 "더 낮은 자세로 본인의 과오를 만회한다는 조건부를 전제로 임명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를 세종대왕이 황희정승을 발탁했던 '인사철학'에 빗댔다.

원 지사는 이날 오전 제주도청 소통회의실에 가진 출입기자와의 간담회에서 "안동우 제주시장과 김태엽 서귀포시장은 행정시 현장에서 공무원을 진두지휘할 최적임자라는 종합적인 판단으로 임명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양 행정시장이 정무부지사와 비서실장, 서귀포시부시장으로 각각 재임하던 동안 여러 업무에 대해 경험해봤고 평가해왔다"며 "세종대왕이 황희 정승을 채용할 때를 보면 장점을 보고 단점을 보상하고도 남을 정도의 비례관계와 각오가 있다면 (인사권자의) 인사철학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세종대왕은 살인사건 은폐 뇌물수수, 간통 등의 황희의 흠이 적지 않다는 사실을 알고도 단점보다 장점을 높이 사 정승으로 발탁했다. 당시 세종대왕은 "다른 정승들과 비교해 그나마 청렴하고, 일을 처리하는 능력이 탁월하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원 지사는 특히 김태엽 서귀포시장에 대해서는 "(임명) 수개월 전에 음주운전을 했고, 어떤 상황에서도 판단력을 잃어서는 안 되지만 치명적인 실수를 했다"며 "단단한 질타와 함께 더 낮은 자세로 본인의 과오를 만회하겠다는 다짐도 받았고, 그래야 도민들이 용납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원 지사는 현행 행정시장과 주요 공공기관장에 대한 제주도의회 인사청문 제도에 대해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원 지사는 "행정시장 등에 대한 인사청문은 도민들이 후보자에 대해 정확하게 알고, 후보자들이 준비를 제대로 하도록 하는데 1차적인 의미가 있다"며 "청문 과정에서 문제가 지적되면 어떻게 판단할지 숙고하는 시간을 갖자는 취지에서 (민선 6기) 취임 후 자진해서 제안을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원 지사는 "(도의회에서) 인사청문 결과에 대해 적격과 부적격 판정을 내리는 게 청문회 취지와 맞는지 의문"이라며 "제도적 뒷받침도 없는 청문회를 협조 차원에서 하는데 과연 이게 어떤 효력이 있는지, 어떤 내용으로 진행돼야 하는지에 대해 제도화됐으면 한다"고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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