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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종 칼럼] ‘그린뉴딜’이 잘 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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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한국판 뉴딜’을 선언하면서 “탄소의존 경제를 저탄소경제로 바꾸겠다”고 말했다. 한국판 뉴딜의 양대 축의 하나인 ‘그린뉴딜’(Green New-Deal)의 방향을 제시한 것이다. 저탄소 경제는 그동안 수없이 여기저기서 얘기되던 용어이지만 대통령의 무게감이 실리면서 중요한 현안으로 떠올랐다.

그린뉴딜을 쉽게 정리하면 풍력과 태양광으로 대량 생산한 전기를 가정과 기업으로 보내 불을 밝히고 기계를 돌아가게 하며 전기자동차를 움직이게 하는 것이다. 인구 5000만 명과 세계10위의 경제력을 가진 한국이 화석연료를 쓰지 않고 바람과 햇볕에 의존하는 사회로 가는 게 쉬운 일일까? 인류 문명이 직면한 기후위기를 생각하면 어렵지만 가야 할 길이다. 기술발전에 기대를 걸면서 말이다.

이미 국내에는 그린뉴딜 개념의 정책을 시행하는 곳이 있다. 제주도다. 제주도는 2012년 '탄소제로섬-2030' 프로그램(Carbon-Free Island2030)을 환경정책으로 채택했다. 2030년까지 제주도의 전력수요를 모두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고, 현재 운행되는 자동차 약 37만대를 전부 전기차로 바꾸는 게 이 정책의 목표다.

지난 8년 동안 시행된 ‘탄소제로 2030’ 정책의 현주소는 이렇다. 태양광발전 사업소 910곳 (전국 5만2000곳), 풍력발전기 119대 (전국 650대)가 가동 중이다. 제주도 총 전력공급에서 태양광이 차지하는 비율은 19%, 풍력이 11%로 전체 재생에너지 비율이 30% 수준으로 비교적 높은 편이다. 제주도에서 운행되는 전기자동차는 약 1만9000대로 전체 차량의 5%밖에 안 된다. 그러나 시·도 전체를 놓고 볼 때 전기자동차 대수도 제일 많고 비율도 가장 높다.

제주도가 이렇게 ‘탄소제로섬-2030’ 정책을 앞장서서 추진할 수 있었던 것은 청정 환경을 지켜야 한다는 주민의식과 함께 고립된 섬이라는 적합한 입지를 들어 정책의 테스트베드(Test-bed)로서 중앙정부의 지원을 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미 1997년 정부의 대체에너지 정책에 따라 덴마크 베스타스사의 풍력발전기 12기가 가동했고, 2012년 다른 시도가 관심을 보이지 않을 때 환경부로부터 전기자동차 시범지역으로 선정되어 정부가 보급하는 전기자동차의 절반을 가져갔다.

그러면 제주도의 ‘탄소제로섬-2030’ 정책은 잘 되고 있을까. 그리 순탄하지만은 않다. 해보지 않은 일을 하니 시행착오가 적잖이 생겼다. 지방정부, 전력생산을 맡은 발전회사, 전력공급을 맡은 한국전력이 유기적으로 협력하고 재생에너지에 대한 주민의 이해와 협력이 필요한데 이런 일들이 혼선을 빚으면서 매끄럽게 해결되지 못해 일의 진척이 늦어졌다.

전기자동차의 경우 충전시설 공급이 문제가 되었고, 전력공급의 경우엔 기존 화력발전 송배전망에 태양광과 풍력이 생산한 전기가 달라붙으면서 기술적인 애로가 수시로 생겼다. 예를 들면 작년에 잘 돌아가던 풍력발전기를 강제로 중단한 사례가 46회나 됐다. 기존 전력의 송배전망의 수직구조에 예상 소비량보다 과다하게 풍력과 태양광 발전 전력이 공급되어 안전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지자 풍력발전기를 멈춰 세운 것이다. 블랙아웃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였다.

이명박 정부 때 제주도에 스마트그리드(Smart-grid) 실증단지가 들어섰다. 스마트그리드는 말 그대로 지능형송배전망으로 IT기술을 활용하여 전력생산에서 소비까지 효율적으로 제어 관리하는 시스템이다. 원자력과 화력은 한번 가동하면 대량의 전력을 일정하게 생산한다. 그러나 풍력은 바람에 따라 발전량이 수시로 바뀌고 태양광은 햇볕이 드는 낮에만 전력을 생산한다. 이렇게 변동이 심한 재생에너지 전력을 기존의 송배전망을 통해 소비자에게 공급할 때 애로가 발생하지 않게 해줄 수 있는 것이 스마트그리드다.

스마트그리드 실증단지는 제주도의 재생에너지 생산 확대에 효율적으로 기여하지 못했다. 정책실행 의지, 투자, 기술이 따라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탄소제로섬 2030’의 시행착오에서 그린뉴딜 정책은 교훈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국가예산 114조원을 투입하여 일자리 190만개를 만들어내는 것을 골자로 한 대통령의 ‘한국판 뉴딜’선언을 보며, 임기 2년도 남지 않은 문재인 정부가 이런 거대한 정책을 추진할 에너지를 어떻게 동원할지 궁금했다. 하지만 이런 정치적 변수를 무시하고 본다면 한국판 뉴딜은 코로나19 사태로 야기된 전환기의 한국 사회가 나아갈 적절한 방향 설정인 듯싶다.

한국판 뉴딜 정책은 디지털뉴딜, 그린뉴딜, 사회안전망 강화 등 3개의 축으로 구성되어 있다. 사실 이 세 가지 모두 문재인 정부가 취임과 동시에 추구해온 4차산업혁명 선도, 기후변화 대응, 불평등 해소라는 이름 아래 진행되고 있는 정책들을 꿰어맞춘 인상을 준다. 하지만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 유사한 정책들을 잘 정리된 개념으로 묶어 체계적으로 실행한다면 바로 그게 훌륭한 정책이 되는 것 아닐까.

이런 맥락에서 그린뉴딜에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이미 국제사회는 지구기온을 산업혁명 이전보다 섭씨 1.5도 이상 상승하지 못하게 하기 위해 2050년 배출제로(Emission-Zero)목표를 설정했다. 문 대통령의 ‘저탄소경제’ 언급은 바로 이런 배경에서 나온 것이다.

말은 그럴듯하지만 실행은 아득하다. 지난 200년 동안 인류문명은 화석연료, 특히 석유에너지 체제로 고착되어 왔다. 배출제로는 석유와 석탄을 쓰지 않는다는 것을 뜻한다. 앞으로 30년 동안 화석연료와 재생에너지의 교체과정은 숱한 난관을 만나게 될 것이다.

투자정책에 따라 태양광과 풍력처럼 발전량이 고르지 못한 전력이 대규모로 생산되어 나올 것이다. 현대자동차 경영자가 2025년 전기자동차 100만대 시대를 열겠다고 말했다. 전기자동차 충전을 위한 전력공급과 송배전 문제가 생길 것이다. 주유소는 줄어들고 충전시설이 늘어나면서 전력공급체계가 달라질 것이다. 스마트그리드 시스템이 하루빨리 개발되고 발전되어야 할 이유다. 어떻게 이런 시스템을 구축하느냐가 그린뉴딜의 과제가 아닐까.<뉴스1 고문>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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