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악리 사거리에서 성이시돌목장 방향으로 350여 m가량 마을길을 올라가니 금오름에서부터 불어오는 바람을 타고 진한 라벤더 향기와 로즈마리 향기가 퍼졌다.
향기를 따라가다 보면 돌담이 둘러진 2000㎡ 남짓한 크기의 ‘금악리 꽃농원’을 만나게 된다.
금오름에서 내려다보이는 이 꽃농원은 축산 악취만 풍기던 마을을 꽃내음이 나는 동네로 바꿔보고자 하는 마음이 모여 만들어졌다.
‘수눌음 마을정원’ 프로젝트를 이끄는 ‘변화구(變花丘·꽃으로 변하는 마을)’팀이 주축이 돼 지난 4월부터 부지를 찾고 사업에 참여할 가족들도 모았다.
두 달 여간 꾸려진 마을정원 한 곳에는 보랏빛 라벤더를 비롯해 수국, 로즈마리, 캐모마일 등이 심어진 꽃밭이 자리잡았다.
꽃밭 주변에는 하얀 나비와 꿀벌이 날아들었다.
이곳 정원에는 꽃밭만 있는 것은 아니다.
금악초등학교의 ‘학교살리기’ 사업의 일환으로 금악리에 정착한 이주민 가족들이 텃밭을 꾸렸다.
참여 가족들은 각자의 텃밭에 수박과 가지, 참외 등 각종 채소와 과일을 심고 ‘금악리 삼남매 가족’ 등 아이들이 꾸민 색색의 팻말들도 꽂았다.
이렇게 수눌음(품앗이의 제주어)의 정신으로 꾸려진 마을정원에서 금악리의 새로운 꿈이 자라고 있었다.
마을정원 입구에 붙여진 안내문에는 ‘이곳에서 여러분의 웃음꽃 활짝 피우길, 화(花)이팅’이라는 문구로 아이들의 도전을 응원하고 있었다.
제주 이주 3년차인 김씨는 “자라는 손녀들에게는 직접 식물을 만져보고 따보는 경험을 통해 인성교육을 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라며 고마움을 표했다.
그는 “저 역시 텃밭을 가꾸는 즐거움에 한참 빠져 있다. 오늘도 두 시간 정도 텃밭에 다녀왔다”며 “삶의 의미를 찾고 자연과 대화를 나눌 수 있어 앞으로 텃밭을 더 늘려보고 싶다”고 말했다.
이번 프로젝트를 계획한 변화구팀은 금악리 꽃농원을 시작으로 마을 일부 토지에 씨앗을 뿌리거나 마을식물도감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는 등 사업을 확장해 나갈 예정이다.
변화구팀의 윤종선씨는 “지난해 금악리사무소 주변에 꽃길을 조성한 일을 계기로 마을정원 사업을 시작하게 됐다”며 “앞으로 금악리를 꽃마을로 만들기 위해 금오름 주변 둘레길 등 마을 곳곳에 꽃길을 늘려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제주=뉴스1) 홍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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