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처음 화력발전소 온배수 활용한 제주 '행복나눔영농조합'

"바다에 버려지던 화력발전소 온배수를 끌어다 망고 농장에 난방을 했더니 연간 5000만원이 절감되더군요. 제주산 망고가 필리핀산 망고보다 당도가 높아 찾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한라봉을 잇는 고소득 작물로 뜨고 있습니다."

지난 11일 제주도 서귀포시 안덕면의 망고 농장에서 만난 강태욱 행복나눔영농조합법인 사무국장은 자신감에 차 있다.

2010년 국내 처음으로 화력발전소 온배수로 냉난방을 하는 시설원예단지를 조성할 때만 하더라도 성공을 확신할 수 없었다. 냉난방기기를 소금이 함유된 바닷물의 열로 가동한다는 것부터 새로운 시도였고, 배관을 통해 끌어온 온배수를 히트펌프를 이용해 50도까지 온도를 높이는 후속 작업도 노하우가 필요한 작업이었다.

강 사무국장은 7개 농가와 손잡고 행복나눔영농조합법인을 만든 후 농림축산식품부 지원을 받아 농업분야에서는 최초로 온배수를 활용한 시설원예단지 조성에 나섰다. 공과대학을 졸업한 덕분에 기계 다루는 데 익숙했다. 그러나 망고농사를 어떻게 지어야 할지 몰라서 애를 먹었단다.

열대과일 망고는 12월부터 5월까지 섭씨 25~30도 온도를 꾸준히 유지해야 좋은 품질을 얻을 수 있다. 3305㎡(1000평) 규모로 망고농사를 지으려면 연간 6000만원의 난방비가 들어간다. 망고로 1억2000만원을 벌었다고 치면, 난방비와 시설운영비를 제하면 손에 쥐는 돈은 고작 3000만원이다.

하지만 화력발전소에서 배출되는 온배수를 이용하면 수입이 달라진다. 이 온배수는 무료다. 때문에 난방하는데 드는 비용은 1000만원 남짓. 6000만원이 들었던 난방비 가운데 5000만원을 아낄 수 있다. 강 사무국장은 "기름으로 난방할 때는 돈 걱정 때문에 적정온도보다 0.5도가량 낮췄다"면서 "난방비 걱정을 덜게 된 후부터 당도 높은 망고를 생산할 수 있게 됐다"며 웃었다.

망고는 후숙과일이 아니기 때문에 충분히 익은 다음에 수확해야 한다. 유통기한도 열흘 정도다. 필리핀산 망고는 60% 정도 익었을 때 수확해 국내로 들여오기 때문에 당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반면 제주산 망고는 바로 수확해 유통되기 때문에 달고 맛있다. 행복나눔영농조합에서 생산한 망고는 1kg당 3만원에 백화점으로 공급된다. 2015년 연매출 5억원을 기록했고, 순이익은 3억50000만원에 달했다.

강 사무국장은 "망고는 2~5월에 수확하는데 연말선물용으로 망고를 공급할 수 있도록 수확시기를 12월로 당기는 실험을 하고 있다"며 "수확시기를 당기는 데 성공하면 매출은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행복나눔영농조합이 온배수 활용에 성공하자, 당진과 하동 등 다른 지역에서도 주변 발전소의 온배수열을 활용한 시설원예사업을 추진하려고 준비 중이다. 2015년 3월 발전소 온배수가 신재생에너지로 인정받으면서 산업통상자원부에서도 지원이 가능해졌다.

국내 배출되는 발전소 온배수의 3.4%만 재활용해도 국내 모든 온실을 난방할 수 있다. 연간 시설원예에 소요되는 난방비 1조5000억원을 절감할 수 있다. 난방비 부담을 덜게 된 농가에서는 고품질 농작물 재배가 가능하다. 온배수를 활용하면 난방비 절감뿐 아니라 온실가스 감축실적을 인증받아 1톤당 1만원의 지원금도 받을 수 있다.

강 사무국장은 "온배수 활용은 지열을 사용하는 방식과 비슷하지만 지열은 바로 옆 농장에서 이용하려 해도 초기 설치비가 똑같이 든다"며 "온배수 활용은 배관만 설치하면 되기 때문에 사업 확장성이 커 활용도가 높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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