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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종 칼럼] 화성탐사 러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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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8년 10월 30일 저녁 CBS 라디오를 듣던 미국인 수백만 명이 화성인이 미국을 침공했다는 ‘가짜 뉴스' 를 듣고 공포에 질려 집밖으로 뛰어나오는 대소동이 벌어졌다. 당시 배우이자 라디오 프로듀서였던 오손 웰스가 영국소설가 조지 웰스의 공상과학소설 ‘우주전쟁’(1897년)을 드라마로 각색하여 자신이 뉴스 보도 형식으로 직접 방송해서 일어났던 해프닝이다.

라디오 방송은 이 드라마가 소설을 각색한 허구란 걸 미리 알렸지만, 다른 방송을 듣다 채널을 바꾼 청취자들은 화성인 침공 뉴스가 실제 상황처럼 보도되자 놀랐던 것이다. 2차 대전의 전운이 유럽과 미국을 감싸고 있는 뒤숭숭한 때여서 이 드라마가 사람들의 불안심리에 기폭제가 됐다고 전해진다.

요즘은 어린이들도 웃고 말 일이지만 60년 전만 해도 한국 어린이들이 화성인의 존재에 꽤나 솔깃해 있었다. 화성에 운하가 있다느니, 화성인은 세발로 걷는다는 얘기가 흥미를 끌었다. 아마 소설과 드라마로 미국을 휩쓸었던 ‘우주 전쟁'의 여파가 아니었을까 싶다.

19세기 말 유럽과 미국에서는 화성 열풍이 불었다. 이탈리아 천문학자 스키 아파렐리가 망원경으로 화성을 관찰하다가 그물 같은 선을 발견했는데 그게 화성 운하설로 퍼지는 계기가 되었다. 당시 미국에서 화성 운하설을 진지하게 주장한 사람은 퍼시벌 로웰(Percival Lowell:1855~1915)이라는 사업가이자 천문가였다.

로웰은 한국과의 인연도 깊었던 인물이다. 보스턴의 명문가에서 태어나 하버드 대학을 졸업한 로웰은 1883년 일본을 유람하던 중 미국 외교관의 요청으로 민영익 유길준 등 조선의 첫 미국 신사유람단을 안내하는 역할을 맡아 업무를 탁월하게 수행했다고 한다. 이 얘기를 전해들은 고종은 1885년 로웰을 초청했다. 로웰은 6개월간 조선을 구경한 후 ‘고요한 아침의 나라 조선’(Choson, the land of the morning calm)이란 책을 써서 미국에 알렸다.

로웰은 화성을 연구하던 스키아파렐리가 1892년 시력을 잃어 화성 관측을 그만둔다는 소식을 듣자 그의 작업을 계승하기로 결심했다. 부자였던 로웰은 천체 관찰에 적합한 애리조나 사막에 천문대를 세웠다. 그는 천문대에 '화성의 언덕' 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밤마다 망원경에 매달려 화성 표면을 관찰했다. 그의 관심은 화성 운하로 생각했던 그물 같은 선이었다.

로웰은 화성은 지구와 닮고 그물 같은 선은 화성 극관(極冠)의 빙하에서 녹은 물을 적도 쪽으로 운반하는 용수로라고 생각했다. 그는 화성에는 지구인과 아주 다르지만 더 오래되고 더 현명한 종족이 살고 있다고 생각했다.

1960년 이후 화성 탐사 시대가 열리면서 로웰의 상상은 허무맹랑한 것으로 판명되었지만 그의 상상과 열정은 외계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계기가 되었고, 그가 세운 로웰천문대는 명왕성을 발견해내는 개가를 올렸다.

화성에 탐사선을 먼저 착륙시킨 건 (구)소련이지만, 화성 표면의 생생한 모습을 사진으로 지구에 보낸 것은 1976년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바이킹 1호와 2호였다. 그 후 화성탐사는 미국이 주도했으며 21세기 들어 화성 표면에 로봇차량까지 보내 화성의 지질, 대기, 우주광선에 대한 정보를 상당히 알아냈다.

지구인들은 망원경으로 화성을 관찰할 때는 화성인 존재 여부에 관심을 두었지만, 위성을 통한 탐사가 이뤄진 후에는 과연 생명체가 존재하는가에 호기심을 두었다. 탐사가 진행되어 이제 화성은 건조하고 춥고 우주방사선이 심해서 생명체가 살 수 없는 환경이라는 것을 알아냈다. 그렇지만 과거 화성에는 액체 상태의 물이 존재했다는 여러 가지 흔적이 탐사에 의해 발견되고 흙에서 유기체구성 물질이 발견되었기 때문에 “과거에 과연 생명체가 있었을까” 하는 관심으로 바뀌었다.

바이킹 화성 탐사에 깊이 관여했던 천문학자 칼 세이건은 1984년에 쓴 책 ‘코스모스'에서 인상적인 글을 남겼다. "인간이 지구를 잘못 사용한 사례가 많다. 만약 화성에 생명이 있다면 화성을 그대로 놔두어야 한다. 미생물에 불과할지라도 화성은 화성 생물에게 맡겨두어야 한다. 이웃 행성에 존재하는 독립적 생물계는 가치 평가를 초월하는 귀중한 자산이다. 만약 화성에 생명이 없다면 우리가 화성에 가서 살 수 있지 않을까? 그러면 로웰이 상상한 화성인은 우리(지구인)가 되는 것이다."

칼 세이건은 21세기 사람들이 화성식민지를 만들려는 구상을 예언했던 것일까. 지금은 화성 여행이 구체적으로 계획되고, 막연하지만 화성 식민지가 거론되는 세상이다. 이미 고인이 된 천문학자 스티븐 호킹 박사는 지구온난화를 얘기하며 인간이 화성으로 이주할 준비를 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소년시절 우주전쟁 만화를 보며 화성 식민지 꿈을 꾸었다는 스페이스X CEO 일론 머스크는 화성 여행 우주선 발사 프로그램을 준비 중이고,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도 비슷한 사업에 뛰어들었다. 우주선을 타고 화성궤도를 돌며 이 ‘붉은 행성'을 구경하는 건 2020년대 부자들의 취미 여행이 될지 모른다.

인간은 지금 바이러스에 혼쭐나면서도, 밤하늘의 별을 바라보며 온갖 생각을 한다. 지난달 하순 아랍에미리트, 중국, 미국이 차례로 화성 탐사선을 쏘아 올렸다. 이들 인공위성들은 내년 2월 모두 화성궤도에 도달해서 준비해간 화성 탐사 로봇차량을 화성 표면에 내려놓고 탐사에 들어간다. 중국의 야심찬 화성 탐사 프로젝트도 기대가 되고, 우주선 화성착륙 45년이 된 미국이 이번엔 어떤 개가를 올릴지 주목된다.

내년 2월 지구인들은 이들 탐사선들이 보내온 화성 이야기를 들으며 흥분하고 있을까. 아니면 계속된 바이러스 공격 앞에 녹초가 되어 있을까.<뉴스1 고문>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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