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민군복합형관광미항(제주해군기지) 건설로 10년 넘게 갈등을 겪어 온 제주 서귀포시 강정마을을 지원하기 위한 1조원 규모의 사업이 부지 매입 등의 문제로 차질을 빚고 있다.

7일 제주도와 제주도의회에 따르면 지난해 2월 정부 부처 간 협의를 거쳐 최종 확정된 9625억원(국비 5787억원·지방비 1813억원) 규모의 '강정마을 지역발전계획' 39개 사업 중 현재 완료된 사업은 커뮤니티 센터 건립 등 9개 뿐이다.

나머지 농수산물 현지 가공공장 건설과 습지생태공원 특화사업 등 25개 사업은 첫발도 떼지 못하고 있고, 평화대공원 조성과 친환경 농업단지 조성 등 애초 유보됐던 5개 사업에 대한 대체 사업 발굴도 기한이 1년 넘게 미뤄지고 있다.

정부 부처 간 이견 문제도 있지만 최근 강정마을 주민들이 마을의 미래 소득을 보장할 수 있는 방향으로 기존 계획을 전반적으로 변경해 줄 것을 도에 요구하면서 협의가 길어지는 모양새다.

현재 기존 계획을 변경하는 데 있어 가장 큰 걸림돌은 사업부지 매입 문제다.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강정마을 소유 부지가 없고, 개별 사업 예산에 부지 매입비도 포함돼 있지 않아 별도 사업부지를 사들일 수밖에 없는 실정이기 때문이다.

이에 강정마을회의 요구로 임정은 의원(서귀포시 대천·중문·예래동·더불어민주당)이 '도 강정지역 주민 공동체 회복 지원 조례'를 개정해 사업부지 매입을 위한 기금을 조성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크루즈 산업이 유례 없는 침체에 빠진 상황에서 크루즈선 입항·접안료 일부를 기금 재원으로 삼는 데 대한 실효성 문제가 대두될 수 있는 데다 최근 도가 재정위기 상황에서 대대적인 예산 절감에 나서고 있는 상황까지 맞물려 있어서다.

좌남수 도의회 의장도 이날 오전 강정마을회와의 면담에서 "도의 의지가 없으면 조례 개정도 무용지물"이라며 도가 선제적으로 사업 부지를 매입한 뒤 일정 기간 강정마을회에 임대 후 매각하는 방안을 대안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우선 도는 빠르면 이달 말 2차 변경을 추진한 뒤 사업부지 매입 등에 대한 논의를 거쳐 내년쯤 3차 변경을 추진해 정부 부처와 협의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이지훈 도 강정공동체사업추진단 단장은 "내부에는 별도 기금이 아닌 일반회계에 예산을 편성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는 입장도 있다"면서도 "다만 강정마을의 특수한 상황을 감안하면 조례 개정이 필요하다고 본다"며 도의회의 협력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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