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사회적기업 '섬이다' 김종현 대표 “제주 공동체 위한 경제모델 중요”
닐모리동동서 우유부단까지…‘제주 것’에 ‘새로운 문화’를 입혀

“처음에는 기업의 사회공헌 사업으로 시작했지만 이제는 다양성이 많은 제주를 만들기 위해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더 깊은 고민을 하게 됐다.”

2011년 제주 이전 기업인 넥슨의 지주회사 NXC가 사회공헌 활동의 일환으로 제주 용담 해안도로에 차린 문화카페 ‘닐모리동동’.

제주사투리인 ‘닐모리(내일 모레)’와 ‘동동(기다리는 모습)’을 결합해 새롭고 미래지향적인 제주에 대한 설렘을 담고 있는 이 카페에서 15일 만난 김종현 NXC 대외사업본부장(43)은 새로운 이름표도 달고 또 다른 제주의 미래를 그리고 있었다.

‘문화카페’ 아이디어를 내고 수익금으로 제주지역 내 문화사업 지원 활동을 펼쳐온 김 본부장은 2014년 11월 유한회사 ‘섬이다’를 설립, 이듬해 1월 NXC로부터 닐모리동동을 인수해 독립적으로 운영하기 시작했다.

회사 차원에서의 카페 운영이 벅차 임대계약 연장 여부를 고민하던 찰나 “독립 법인을 만들어 따로 운영하겠다”는 김 본부장의 제안에 NXC는 사회적기업이어야 한다는 전제를 달고 이를 허락했다.

‘섬이다’는 지역사회 공헌을 약속하며 지난해 6월 제주도 예비사회적기업으로 지정됐고, 기존에 문화사업 지원에 주로 사용되던 수익금은 취약계층을 위해 쓰이게 됐다.

이달부터는 아예 NXC에 휴직계를 내고 섬이다에만 전념하고 있는 김 대표는 ‘빛날 섬(閃), 다를 이(異), 많을 다(多)’라는 '섬이다'의 뜻을 강조하며 “제주가 빛나는 다름이 많은 곳이 됐으면 좋겠다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고 운영 방향을 밝혔다.

김 대표가 말하는 ‘다름’은 닐모리동동 오픈 때부터 줄곧 강조해왔던 기치다. 기존 향토음식점에서 벗어나 제주의 식재료와 문화에 현대적인 색깔을 입힌 것도 다름을 추구하기 위해서다.
 

김 대표는 “주방은 전통 초가를, 실내등은 해녀의 물질 도구인 테왁을, 천장은 오름을 본 떠 만들었다. 먹거리도 최대한 제주 로컬푸드를 이용해 퓨전음식을 만들고자 했다”며 “제주적인 것은 옛날 것이라고 생각하곤 하는데 현대적인 것을 만나 더 높은 부가가치를 얻어냈다는 데 의미가 있는 것 같다”고 자평했다.

김 대표는 이어 “시대가 빨리 변화하면서 융합에 대한 이야길 많이 하는데 섞이면서 새로운 것들이 나오지 않느냐”며 “생물의 다양성이 있어야 기후 변화에 대응해 변화에 적응할 수 있듯이 마찬가지로 문화 다양성이 많을 때 시대 변화에 적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대의 흐름에 발맞춰 김 대표는 최근 제주시 한림읍 금악리 성이시돌 목장에 우유카페 ‘우유부단’을 오픈했다. 단순한 1차 생산에서 벗어나 가공 및 서비스업을 포괄해 6차 산업으로의 발전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우리나라 최대 유기농 우유 생산 목장인 성이시돌 목장이 경영난을 겪고 있다는 소식을 접한 김 대표는 비교적 투자비가 적은 유기농 수제 아이스크림가게를 고안해냈고, 인근에 테쉬폰이라는 독특한 건축물 등 관광 요소와 접목해 큰 성과를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김 대표는 “이제 시작일 뿐이지만 성이시돌 목장 생산 우유 수요를 늘리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앞으로 프랜차이즈를 염두에 두고 있다”며 “성이시돌 목장이 보여준 친환경적인 생산과 인간 중심의 일자리 창출, 제주 공동체를 위한 기여를 본받아 대표적인 사회적 경제 모델로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유부단의 수익금은 (재)성이시돌농촌산업개발협회가 말기 암 환자를 대상으로 운영 중인 ‘성이시돌 복지의원’과 ‘성이시돌 요양원’ 등에 쓰일 예정이며, 섬이다의 청소년·청년 지원 사업에도 활용된다.
 

‘넘칠 우(優), 부드러울 유(柔), 아니 부(不), 끊을 단(斷)’라는 한자어를 써서 ‘너무 부드러워 끊을 수 없다’와 ‘우유를 향한 부단한 노력’이라는 중의적인 뜻을 갖고 있는 우유부단.

김 대표는 “우유부단이 장사가 잘되든 못되든 중요한 것은 그게 어떤 의미를 갖고 있고 그것이 제주에 어떤 영향을 끼칠 것인지 바라보는 게 중요하다”면서 “관광객들은 이런 트렌드를 빨리 소비하고 의미 있게 바라보는데 도민들은 혁신적인 시도를 인색하게 바라보는 경향이 있어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이어 “제주에서 갈수록 소비가 커지고 있는 서비스업이나 숙박업이 단순히 1차원적으로 받아들여지면서 괜찮은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도 든다”며 현장에서 느낀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러면서 “제주 청년들의 힘으로 만든 IT, BT기업도 좋지만 괜찮은 서비스기업이 나오길 바란다”며 “앞으로 섬이다는 제주의 다양성을 만들어나갈 청년들을 지원하고 필요시에는 공동사업을 추진하는 역할을 하고 싶다”고 밝혔다.

아울러 김 대표는 “사회적기업이 영리도 비영리도 아닌 경계에 있다 보니 아무래도 이해도가 부족한 것 같다. 취약계층에 일자리를 창출하고 지역순환의 경제적 효과가 있는 사회적 기업이 주목받길 바란다”며 “제주 공동체를 위한 경제시스템을 만드는 기업들에 대한 관심이 집중될 때 지역 경제모델도 바뀔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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