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기 출제 오류와 엉성한 시험 관리로 제주의 한 고등학교에서 여름방학 직전 재시험이 치러지는 사태가 벌어졌다.

공립 고등학교인 A고는 여름방학 하루 전인 13일 1교시인 오전 9시부터 10시까지 일부 2학년 학생 123명(4개 교실)을 대상으로 제2회 정기고사 '물리학Ⅰ' 재시험을 실시했다.

A고에 따르면 당초 이 시험은 지난 7일 같은 시간 같은 학생들을 대상으로 치러졌다.

사태는 출제자인 해당 과목 담당 교사 B씨가 출제 과정에서 같은 과목 교사 1명과 교차 검증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모르고 넘어갔다가 시험 시작 직전에야 전체 28개 문항 중 6개 문항에 오류가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면서부터 시작됐다.

B교사는 급히 시험 감독관을 맡은 동료 교사 4명에게 수정된 문항을 전달하려 했으나 결과적으로 이 중 1명에게 수정된 문항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으면서 이 교사가 감독한 교실의 수험생 30여 명이 잘못된 문항을 푸는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이에 A고는 당일 오후 교사들로 구성된 학업성적관리위원회를 열고 학생들이 4일간(주말 포함 6일) 시험을 치르는 과정에서 정신적·신체적으로 지친 상태임을 고려해 12일 1교시에 오류가 발생한 6개 문항에 한해 재시험을 실시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학생과 학부모들은 오류 여부를 모른 채 해당 6개 문항을 풀다가 다른 문항을 풀지 못했다고 항의했고, 결국 A고는 11일 다시 학업성적관리위를 열고 평가의 공정성 확보를 위해 13일 전체 문항에 대해 재시험을 치르기로 한 것이다.

A고 교장은 "모든 학생들을 만족시킬 수 없음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으나 다른 어떤 방법으로도 보상할 수 없어 죄송할 뿐"이라고 사과하며 "출제의 정확성 뿐 아니라 사안 결정에서 번복되는 일이 없도록 신중하게 교육활동이 이뤄지도록 힘쓰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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