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절 이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으로 사회가 극도로 긴장하고 있다. 곧 찾아올 가을과 함께 2차 대유행이 일어날 것이라는 의료 전문가들의 전망이 사람들의 마음을 어둡게 만들고 있다. 전시와 같은 위기의식과 과학에 근거한 정부와 민간의 대응 없이는 이 국난을 극복하기 어려워 보인다.

이런 비상 상황에 대응하기 위한 필요한 일 중의 하나가 환자를 수용하고 치료할 병상을 확보하는 것이라고 방역당국은 대책을 호소하고 있다. 지난 열흘 동안 중증 환자가 3배 이상 늘어나면서 수도권에 중증환자 병상 여유분이 10개도 안 된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방역당국이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고 한다. 가장 시급한 일이 무증상 또는 경증환자를 분리해서 치료할 수 있는 생활치료센터를 기업의 연수시설 등에 설치하면 굉장히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게 방역 관계자들의 생각이다.

이런 상황에서 재벌기업 삼성이 도움을 자청하고 나선 것은 매우 고무적이다. 삼성은 지난 26일 그룹 산하 삼성화재 연수원(경기 고양 소재)과 삼성물산 국제경영연구원(경기 용인 소재) 등 2곳을 생활치료센터로 정부에 제공하겠다고 발표했다. 또 삼성은 시설 제공과 더불어 삼성서울병원 등 그룹 내 3개 병원에서 의사 1명과 간호사 2명 등을 순환 파견 형식으로 의료지원에도 나서겠다고 밝혔다. 두 시설을 합치면 290실 규모라고 하니 의료진과 의료기기만 투입하면 적잖은 병원이 두 개 생기는 셈이다.

다른 기업들도 긍정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LG가 경기 이천에 있는 인화원(300실 규모)을 생활치료센터로 제공하겠다고 발표했다. 수도권에 연수원을 보유한 SK, 한화, LS 등은 지난봄 1차 감염 위기 때 생활치료센터로 제공한 적이 있다. 지난봄 1차 위기 때 생활치료 병상부족을 해소해줬던 한화생명, IBK기업은행, 우리은행 등 금융권도 생활치료센터를 제공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런 연수원이 확보되더라도 그대로 생활치료센터로 쓸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추가 공사가 필요하다. 때문에 방역당국은 이미 생활치료센터로 활용되었던 곳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병상부족 문제에 종교계도 나설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천주교계는 피정시설, 불교계는 템플스테이 시설, 개신교의 기도원이 생활치료센터로 제공할 수 있는지 여부를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가장 논의가 활발한 것은 천주교다. 신자들의 명상 및 기도 등을 위해 설치된 피정시설이 많은데 규모로 볼 때 가평에 있는 ‘피정의 집’이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이번 코로나19 확산 방지에 비협조적인 특정교회 신도의 확진자가 많았다는 점에서 개신교의 움직임은 주목된다.

전염성이 강한 코로나19가 더 확산되어 지난봄 미국과 이탈리아 등에서 벌어졌던 것과 같은 위기 사태에 직면하면 현재의 공공병원 시설로는 감당할 수 없다는 건 의료 전문가가 아니라도 경각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중증환자와 무증상 경증환자의 격리치료가 어렵고 병상부족 사태가 일어나면 대혼란은 불을 보듯 뻔하다.

지금과 같은 시점에 기업이 일정 생활치료센터를 제공하는 등 적절한 역할을 담당해주는 것은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는 데 큰 힘이 될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상공회의소 등 경제단체의 지혜가 필요할 것 같다. 또한 정부의 지도력과 배려가 필요하고, 국회는 적절한 입법 활동으로 시설 제공 등 전염병 대응 노력에 동참할 수 있게 인센티브도 생각해야 한다는 말이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세상은 과거와 같은 패턴으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게 각국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예측이다. 나라도 마찬가지다. 좋은 방향으로든 나쁜 방향으로든 달라진 국가 위상을 갖게 될 것이다. 이 시점에서 코로나의 대 확산 우려가 현실이 되면 바이러스 공포와 경제적 충격이 증폭되면서 국민의 사기는 물론 나라 경제가 나락으로 빠지고 국가의 위상도 떨어질 수 있다. 정부만 나선다고 잘 되는 건 아님이 우리 눈앞에 벌어지고 있다. <뉴스1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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