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최초로 경기도교육청이 도입한 '학생인권조례'가 올해 제정 10주년을 맞았지만 이는 제주에서 여전히 생소하기만 하다.

지난 3월 제주도의회에 학생인권조례를 제정해 달라는 1002명의 청원 서명부가 제출되면서 논의에 물꼬가 트였지만 찬반 양측이 계속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탓이다.

벌써 반년째다.

특히 9월 들어서는 찬반 양측이 하루가 멀다 하고 성명을 내고 기자회견을 여는 등 여론전까지 펴고 있어 공방이 한층 가열되고 있는 분위기다.

◇핵심 쟁점은 학생 인권 아닌 '교권'과 '동성애'

일찍이 여야 제주도의회 의원 22명은 1002명의 청원 서명부에 호응해 지난 7월 '제주도교육청 학생인권 조례안'을 발의했다. 학생의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자유, 권리가 교육과정과 학교 생활에서 보장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그러나 이 조례안을 둘러싼 핵심 쟁점은 학생 인권이 아닌 '교권'과 '동성애'다.

이 조례안이 제정되면 학교는 학생에게 야간자율학습이나 보충수업 등 종례 후 정규교과 외의 교육활동을 강요할 수 없게 되고, 학생 동의 없이 학생의 복장이나 두발을 규제하거나 학생의 소지품을 검사·압수할 수도 없게 된다.

반면 학생은 집회의 자유, 학교 규정 제·개정 또는 교육정책 결정과정에 참여할 권리, 학생인권옹호관에게 상담과 조사 등을 청구할 권리 등을 보장받게 된다.

이를 두고 제주도교원단체총연합회 등 반대 단체들은 이 조례안이 인권 보장이라는 이유로 학생에게 과도한 권리를 부여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이는 결국 교권 추락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특히 이 조례안은 서울·경기·광주·전북에서 각각 시행되고 있는 학생인권조례와 달리 '성적(性的) 지향 등을 이유로 차별받지 않을 권리를 가진다'는 조항이 없는 점이 특징이다. 갈등의 불씨가 될 수 있다는 내부 우려로 발의 과정에서 빠졌다.

그러나 제주기독교교단협의회 등은 조례안이 해당 문구가 반영된 국가인권위원회법을 준용하고 있는 만큼 동성애를 옹호·조장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조례안 대표 발의자인 고은실 의원(정의당·비례대표)은 "확대해석"이라고 일축하고 있다.

◇학생·교사·학부모 조례 모두 손질…의결 난항 예고

논란의 조례안이 발의된 뒤 소관 상임위원회인 제주도의회 교육위원회는 부공남 위원장 직권으로 조례안 상정을 보류하고 약 두 달간 각계의 의견을 수렴했다.

그 결과 제주도의회 교육위는 학생과 교사, 학부모 모두 저마다의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도록 관련 조례들을 모두 손보기로 했다.

이에 따라 23일 제387회 제주도의회 임시회 교육위 제5차 회의에서는 '제주도교육청 학생인권 조례안'에 더해 '제주도교육청 교원의 교육활동 보호 등에 관한 조례안', '제주도교육청 학교 학부모회 설치 및 운영 등에 관한 조례 전부개정조례안'에 대한 심사가 동시에 이뤄질 예정이다.

그러나 최근 제주도의회에 학생인권조례 제정을 자체를 반대하는 5424명의 청원 서명부가 제출되고, 제주도 인권 보장 및 증진위원회가 공식적으로 조례 제정을 촉구하는 등 찬반이 팽팽히 엇갈리면서 단시간 내 의결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부공남 제주도의회 교육위원장은 "학생과 교원, 학부모의 입장을 모두 고려한 심도 있는 논의로 안건을 처리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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