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들은 못 내려오게 했는데 관광객들은 또 온다니 다 무슨 소용인가 싶죠."

제주도민 김모씨(53)는 대전에서 공부하는 아들에게 이번 추석엔 집에 오지 말라고 신신당부했다. 제주에서 수도권발 감염이 산발적으로 이어지고 있는데다 귀성을 자제하는 사회 분위기에 동참하기 위해서다.

이처럼 추석을 앞두고 제주에서도 귀성자제 분위기가 번져나가고 있으나 귀향 대신 제주여행을 택하는 관광객에 도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해외여행길이 막히며 연휴 때마다 방역위기를 맞았던 제주가 다시 시험대에 오른 셈이다.

김씨는 "도민들은 육지에 있는 자식 얼굴도 못 보는 와중에 관광객들까지 피해다녀야 한다"며 "고향 가는 대신 제주로 여행오겠다는 이기심은 버려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서울에서 직장을 다니는 제주도민 이모씨(26) 역시 귀성 대신 제주여행을 택한 직장동료를 이해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이씨는 제주에 계신 부모님 걱정에 귀향을 포기한 상태다.

그는 "코로나 걱정돼 자기 고향엔 안 가겠다는 사람이 제주 여행은 가겠다니 기가 차다"며 "연휴에 들떠 제주도도 누군가의 고향이고, 터전이라는 걸 아예 망각한 것 같다"고 우려했다.

귀성하지 않는 자식들 대신 제주로 여행오겠다는 가족을 말리느라 진을 빼는 이주민들도 있다.

제주로 이주한 한 제주지역 맘카페 회원은 "친정, 시댁이 육지라 이번 추석엔 가지 않기로 결정했는데 시누이가 제주에 여행을 오겠다고 한다"며 "시어머니도 같이 오실 것 같은데 너무 걱정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회원 역시 "추석 때 제사 지내야 한다며 서울 사는 형님네가 내려온다고 한다"며 "최근 제주에서 수도권 다녀온 가족 세명이 확진됐는데 이 시국에 왜 오려는 건지…"라고 적었다.

추석연휴기간 제주 도내 대형 호텔의 예약률은 70~80% 수준까지 올라와 있다. 렌터카 예약률 역시 70%에 가까워지며 연휴특수를 노리는 상황이다.

현재 연휴 첫날인 오는 30일 제주 도착 항공편 예약률은 예년보다 낮은 60~70%에 머물고 있으나 항공업계는 추석 전까지 시일이 남은 만큼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 호텔 관계자는 "거리두기에 따라 예약을 80% 수준까지만 받는 걸 고려하면 예약이 거의 다 찬 거나 다름없다"며 "연휴까지 아직 시간이 남은 만큼 예약은 더 들어올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추석연휴기간 몰려드는 관광객들로 방역망이 다시 뚫릴 수 있다는 긴장감이 높아지자 제주도 역시 모임 자제를 권고하고 나섰다.

원희룡 제주지사는 "올해 추석은 집안 행사나 동창·동문·향우회 등 친목 모임 등은 자제하자는 캠페인을 대대적으로 전개하고, 강력히 권고하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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