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각'

제주도의회 교육의원 선거에 출마할 수 있는 자격을 '교원·교육행정 경력 5년'으로 제한한 제주특별법 조항이 헌법에 어긋난다는 헌법소원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결정이다. 현행 조항이 헌법의 취지에 맞다는 얘기다.

헌재는 출마자격이 기존 경력 10년에서 경력 5년으로 완화된 점 등을 들어 현행 조항이 공무담임권(공직을 맡아볼 수 있는 권리)을 침해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그러나 이 같은 헌재의 결정에도 제주에서는 여전히 교육의원 폐지론이 뜨겁다.

전국에서 유일하게 지역교육청의 정책과 예산을 심의·의결하고, 지역교육청 뿐 아니라 산하기관까지 감사·조사할 수 있는 제주도의회 교육의원은 왜 제주에서 계속 된서리를 맞는 걸까.

◇퇴직 교장 전유물·무투표 당선·저조한 입법실적

애초 제주도의회 교육의원에 대한 논의가 헌재로 넘어가게 된 것도 지난 10년 넘게 이어져 온 폐지론 때문이었다.

최근 세 차례의 제주도의회 교육의원 선거 결과를 보면 당선된 교육의원 15명 가운데 1명(이석문 제주도교육감·평교사 출신)을 제외한 14명이 모두 퇴직한 교장 출신이다. 사실상 교육의원이 퇴직 교장들의 전유물이 된 것과 다름없는 상황이다.

이는 곧 교육의원에 대한 무관심으로 이어지고 있다. 실제 교육의원 선거 출마자 수는 12명, 10명, 6명으로 갈수록 줄고 있고, 반대급부로 무투표 당선자는 0명, 1명, 4명으로 갈수록 늘고 있다.

또 그동안 제주특별법에 따라 제주도의회 교육위원회를 구성해 온 교육의원과 일반 의원의 입법 실적도 비교해 보면 교육의원의 경우 1명당 4.2건(15명·64건)으로, 1명당 6.4건(12명·77건)인 일반 의원에 오히려 뒤쳐진다.

이 밖에도 교육의원들은 제주특별법에 따라 일반 의원의 지위·권한을 그대로 보장받으면서 제주 제2공항 건설 등 현안 논의 과정에서 매번 '캐스팅 보트(Casting Vote·가부동수 시 결정권을 갖는 표)'를 행사해 뒷말을 낳기도 한다.

헌법소원 청구 측인 홍영철 제주참여환경연대 대표는 이 같은 상황에서의 이번 헌재의 '기각' 결정에 대해 "이상과 현실은 다르다"며 "교육분야의 전문성을 확보하기 위해 도입된 교육의원이 오히려 교육자치를 막고 있다"고 비판했다.

◇제주학생인권조례에 최대 위기…전문성·자주성 시험대

아이러니하게도 헌재의 '기각' 결정 다음날인 지난 25일 제주도의회 본회의장에서는 "제주 교육의원 제도가 전국으로 확대되기는 커녕 정작 폐지가 논의되는 이유가 무엇인지 교육의원들은 진지하게 성찰해야 한다"는 따끔한 일침이 터져나왔다.

이는 지난 7월 '제주도교육청 학생인권 조례안'을 대표 발의한 고은실 의원(비례대표·정의당)의 5분 발언으로, 교육의원 5명 전원이 속한 제주도의회 교육위원회가 최근 해당 조례를 두 번이나 보류시킨 데 따른 비판이었다.

이 조례안이 제정되면 학교는 야간자율학습이나 보충수업, 복장·두발 규제, 소지품 검사·압수 등을 강제할 수 없고, 학생은 집회의 자유와 교육 정책 결정과정에 참여할 권리, 학생인권옹호관에게 조사를 청구할 권리 등을 보장받게 된다.

이에 학생 등 찬성 측은 조속한 처리를 촉구하고 있고, 일부 교사들과 기독교인 등 반대 측은 동성애 조장과 교권 추락을 우려하면서 강하게 충돌하고 있는 상황이다.

여느 때 보다 교육 전문성·자주성 실현을 위한 교육의원의 역할이 절실함에도 교육의원을 포함한 제주도의회 교육위는 '심도 있는 심사가 필요하다'는 입장만 반복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제주도교육청이 발빠르게 조례안을 만들어 왔으면 편안하게 심사할 수 있었는데 원망스럽다", "해결 방안을 제주도의회가 모색해야 하느냐" 등 스스로 입법기능을 포기하는 듯한 일부 교육의원들의 발언도 눈총을 사고 있다.

이에 부공남 제주도의회 교육위원장(제주시 동부·교육의원)은 "조례가 현장에서 잘 시행될 수 있도록 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향후 추가 논의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이번 헌재의 '기각' 결정에 대해서는 "교육의원 존폐와는 별개의 사안"이라면서도 "다만 퇴임 교장의 전유물이 됐다든지 무투표 당선이 계속된다든지에 대한 제도 개선은 되도록 빨리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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