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연휴를 하루 앞둔 29일 오전 제주국제공항 국내선 도착장.

도착장 내 항공편 안내 전광판은 전국에서 제주로 몰려드는 항공기 정보로 빼곡했다.

8시55분부터 10시25분까지 약 90분간 제주에 도착한 항공기만 25편. 3분 36초마다 1대씩 제주에 내린 셈이다.

입도객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쏟아져 나왔지만 마스크를 쓰지 않은 이들은 찾아볼 수 없었다. 공항 내 카페에서도 음료를 마신 후 곧장 마스크를 착용하는 등 방역수칙을 제대로 지키는 모습을 보였다.

제주의 관문인 공항에서 발열이상자 등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증상을 보이는 관광객들은 1차적으로 걸러진다.

지난 26일부터 28일까지 도착장에서 37.5도 이상의 발열을 보인 입도객은 총 41명이다.

이들 중 추가 측정에서도 체온이 떨어지지 않은 7명이 진단검사를 받은 후 각자 숙소에서 자체 격리됐다. 6명은 음성 판정을 받았고, 나머지 1명의 검사 결과는 이날 오후 중 나올 예정이다.

이처럼 공항은 개인수칙 준수와 도 방역당국의 관리 하에 혹시 모를 감염 위험을 적절히 통제하고 있었다.

그러나 공항을 떠나 뿔뿔이 흩어진 관광객들이 몰려드는 관광지는 곳곳이 방역구멍이다.

같은 날 오후 함덕해수욕장은 본격적인 연휴가 시작되기 전인 평일임에도 '추캉스'를 즐기는 관광객들로 가득했다.

따가운 가을 햇볕에도 꿋꿋이 마스크를 벗지 않는 관광객이 있는 반면 턱까지 끌어내리거나 아예 벗어던진 이들도 쉽게 눈에 띄었다.

해변과 맞닿은 카페 주차장은 빈 자리 없이 만차였다. 개인 방역수칙이 철저히 지켜지던 공항과는 달리 카페 내에서 마스크를 착용한 이들은 극소수였다.

제주도는 지난 26일부터 입도객을 대상으로 한 특별행정조치를 발동해 도내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했지만 정작 현장에서는 공염불에 그치고 있었다.

도민 현모씨(28)는 "가족들도 위험해서 이번 추석엔 내려오지 못하게 했는데 관광객들은 마스크도 안쓰고 돌아다니니 화가 날 수밖에 없다"며 "방역수칙만이라도 제대로 지켜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본격적인 연휴가 시작되기도 전인 지난 주말부터 제주를 찾은 관광객은 이미 8만명을 넘어섰다.

제주도관광협회에 따르면 지난 26일부터 28일까지 제주를 찾은 입도객 수는 8만6209명으로 잠정 집계됐다.

협회는 30일부터 10월 4일까지 이어지는 추석 연휴 5일 동안 일평균 4만명이 제주를 방문해 약 20만명이 제주를 찾을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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