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오피니언
[김수종 칼럼] 서귀포 갯마을의 ‘빛 공해’ 논란
[© News1
제주도 서귀포시에 대포(大浦)라는 어촌이 있다. 옛사람들은 이 마을을 ‘큰개’라고 불렀지만, 이름처럼 큰 포구는 아니고 까만색 주상절리 절벽과 파란 바닷물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아름다운 갯마을이다. 과거 해녀들의 물질과 어부들의 고기잡이로 생계를 유지했던 곳인데, 근래는 횟집, 펜션, 카페가 해변을 따라 들어선 일종의 ‘관광 어촌’이다. 바로 인근의 중문 관광단지에 묵는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지금 이 마을이 ‘서치라이트’ 논란으로 평화롭지 않다. 해변의 카페에서 바다를 향해 내리비추는 서치라이트 광선 때문에 마을 주민들이 못살겠다고 아우성치지만, 서귀포 시당국은 마땅한 규제수단이 없다며 우물쭈물하고 있다. 분쟁 현장을 취재한 ‘서귀포신문’ 보도 내용을 보면서 ‘제주도의 과잉관광이 드디어 ’빛 공해‘ 논쟁까지 불러 오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몇 회에 걸쳐 보도한 서귀포신문 기사 내용을 보면 이렇다.

마을 해변의 소나무 숲에 몇 년 전 큰 카페가 들어섰다. 이 카페는 최근 서치라이트 등을 설치해서 밤마다 강력한 빛다발을 바다를 향해 내리비춘다. 카페를 찾는 관광객들에게 밤바다 풍경을 보여주기 위해서다. 송림의 소파나 홀에 앉은 관광객들은 서치라이트 불빛에 일렁이는 파도와 주상절리 절벽을 독특하게 구경할 수 있다. 장삿속으로만 보면 제주도 해변 어디에도 아직 없는 매력적인 아이디어다.

그러나 전통적으로 바다에 기대어 살아온 마을 어촌계 사람들은 카페의 행위에 불편하고 불안하다. 강력한 서치라이트 3조가 바다를 향해 빛을 쏘아대니 어부들의 생계의 원천인 물고기들이 도망가서 조업에 지장이 있고, 어선이 입항할 때 불빛으로 시야가 막혀 뱃길이 위험하다는 것이다.

이유는 또 있다. 이 마을에는 어부보다 훨씬 많은 해녀가 산다. 바다에 목숨을 맡긴 해녀들은 바닷가 바위에 있는 ‘해녀 당’에 찾아가 ‘안전한 물질’을 지성으로 빈다. 무속신앙이지만 해녀와 ‘해녀 당’은 떼어놓을 수 없는 관계다. 그런데 카페 측이 바위의 해녀 당으로 가는 길을 사유지라는 이유로 막아버렸으니 해녀들이 해녀 당에 갈 수가 없게 됐다. 또 마을 주민들은 카페가 서치라이트 시야를 확보하기 위해 카페 앞 공유지의 소나무를 잘라버렸다고 주장한다. 주민들은 원래 공유지에 소나무가 많았는데 건축물이 들어선 후 소나무가 하나둘씩 없어졌다고 주장한다.

대포마을 마을 어촌계 사람들은 이런 문제를 서귀포 시에 민원으로 제기했고, 서귀포 시 담당공무원이 현장에 나와 주민들의 의견을 청취했으나 별로 신통한 조치를 취할 수 없었다. 카페의 행위를 규제할 명확한 법규가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주민들은 “서치라이트를 비추려면 자기 땅에 비추지 왜 바다에 비추느냐”고 항의했고, 담당공무원이 “카페 대표를 만나서 바다로 빛을 비추지 말고 땅에만 비추라고 권유했으나 답이 없다”고 말했다.

마을 어촌계와 카페의 이해가 부딪치는 대포 마을 이야기를 들으며 ‘빛 공해’(light pollution)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전기 조명기구는 현대 문명을 상징한다. 그러나 인공 조명기구가 발산하는 불빛이 지나치게 강하거나 남용되면 사람의 건강과 활동에 폐해를 준다. 동식물 생태환경에도 해롭다. 이게 바로 빛 공해다.

밤을 낮같이 밝히는 불야성의 대도시는 빛 공해의 진원지다. 전문가들의 연구에 의하면 도시의 휘황한 불빛, LED 같은 인공조명, 스마트폰 등에서 나오는 청색광에 노출되면 건강에 해롭다고 한다. 특히 청색광은 수면을 유도하는 멜라토닌 호르몬 분비를 억제해서 만성적인 불면증 원인으로 작용한다. 가로등 조명을 받는 식물들의 생장에 문제가 있다는 실증적 연구결과도 나왔다.

35억 년 전 생명이 탄생한 이래 지구는 하루 24시간의 자전운동을 하며 낮과 밤을 만들었고, 365일 만에 태양을 한 바퀴 돌면서 춘하추동의 계절을 만들었다. 낮과 밤을 가르고 계절을 구분하는 것이 바로 태양 빛이다. 모든 생명체는 하루와 1년의 주기에 따라 오랜 기간 진화하면서 생체리듬, 즉 생체시계를 갖게 됐다. 인간이 밤이 되면 졸리고 낮에는 깨어나는 게 바로 이 생체시계의 작용이다. 현대의 전기 조명은 바로 이 생체리듬을 깨뜨리고 있는 것이다.

2016년 미국 독일 이탈리아 3국 공동연구진이 밤의 인공위성 사진을 분석해서 발표한 ‘세계 빛 공해 지도’에 의하면, 한국의 빛 공해지역이 전체 국토의 89.4%나 된다. 20개 주요 선진국 중 이탈리아가 1등이고 그 뒤를 이어 한국이 2등이었다고 한다. 마냥 자랑스러워할 수치는 아닌 듯싶다.

제주도로 가서 살려는 사람들 중에는 바다와 숲과 산, 그리고 별이 빛나는 밤하늘아 좋아 산다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제주도의 밤하늘은 10년 전의 하늘과 다르다. 그때는 여름밤 은하수가 한라산의 상공을 비단처럼 휘둘렀지만 지금은 그런 풍경을 보기 힘들다. 밤바다 어선의 집어등과 해변의 인공조명이 한편으론 황홀한 야경을 이루지만 또 한편으론 빛 공해를 만들기 때문이다.

대포 마을 주민들의 삶에 폐해를 주는 서치라이트 불빛은 상징적인 빛 공해의 케이스라 할 만하다. 서치라이트는 1차 대전 때 전쟁용으로 개발된 탐조등(探照燈)이다. 이걸 이벤트업자들이 홍보용으로 개발하면서 관광에까지 쓰이고 있다. 서치라이트 빛줄기로 사람들의 시야는 쉽게 교란된다. 몇 사람의 관광객을 위해 동네 사람들과 행인들의 시야가 교란되는 관광시설이다. 아무래도 과잉관광(over-tourism)의 부산물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와 같은 빛 공해는 비단 제주도 해변의 문제로 국한되지 않고, 전국 어느 해안에서나 일어날 개연성이 있다. 정부는 법규를 정비해서 대도시와 큰 항구뿐 아니라 농촌과 어촌 같은 작은 공동체의 빛 공해에도 신경을 써줘야 한다. <뉴스1 고문>

(서울=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제주,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서울=뉴스1)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카드 뉴스
여백
기획
여백
프리미엄제주 킬러 콘텐츠
여백
Back to Top